[굿바이 서울!]이웃의 발견, 제주의 행복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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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로 이주해 오기 전 주변 지인들에게 “제주는 2년만 살면 좋다더라” “2년 뒤에는 다시 다 올라온다더라”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큰아이가 여섯 살 때 제주로 오면서 ‘2년쯤 뒤에 제주에 살기 여의치 않으면 초등학교는 서울에서 보내면 되겠지’ 하는 마음도 있었다. 다행히 지금까지 4년 넘게 이곳에서 보내고 있다. 이제는 ‘최소한 아이들 초등학교는 이곳에서 보내고. 가능하면 그 이후도 제주를 즐기게 하자’는 생각을 하고 있다.

제주를 찾는 지인들은 종종 묻는다. “언제까지 여기 살 거야? 올라와야지” “매일 보는 바다 지겹지도 않아?” 그러곤 동네 구석구석을 누비며 사는 우리 가족을 보면 금세 “제주 사람 다 됐네. 부럽다!”는 한마디를 남기고 떠난다.

언제까지 살겠다는 기약은 없다. 매일 보는 바다를 아내는 ‘보고 또 보아도 매일 다르다’며 바닷길을 즐거이 거닌다. 출판 편집자로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 아내는 한두 달에 한 번씩 서울로 출근을 하는데 하루 이틀 출근했다 내려오는 날은 오랜만에 찾은 고향처럼 제주가 편안하다고 한다.

우리 가족이 제주에 잘 정착할 수 있었던 것은 이웃이 있기에 가능했다. 가만히 바라보면 무리 지어 흘러가는 구름처럼, 결 맞춰 흐르는 파도처럼 사람도 더불어 살아야 제맛인 것 같다. 제주에선 한두 다리만 건너면 아는 사람이 많다. 지연이 강한 지역이라 몇 사람만 알고 지내면 자연스럽게 이웃을 만들어 가게 된다.

우리 가족은 종교가 있어서 교회분들과 친분을 쌓으면서 동네 어르신들과도 인사를 나누게 되었다. 교회 봉사활동을 하며 아직도 모르는 올레길을 마주하고 동네분들을 만나는 일이 즐겁다. 1년 남짓 빌라에 거주하다 주택으로 이사를 했는데, 집 앞에 있는 마을 경로당을 지날 때마다 어른들께 꾸벅 인사를 했다. 처음엔 경계의 눈빛으로 바라보았던 어르신들도 이제는 반갑게 손을 흔드신다. 아직도 볼 때마다 “뉘 집인가?” 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그때마다 사는 집을 가리키며 인사를 건넨다.

직장에서도 기업들을 찾아다니며 알지 못했던 제주지역의 여러 정보를 알게 되고, 또 그곳에서 지인들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아내는 주민자치센터에서 하는 캘리그래피 수업을 들으며 지역 주민들과 인연을 맺고 글 공부에 한창이다.

그러고 보면 제주에서뿐만 아니라 어디를 가든 결국 사람 사는 일은 마찬가지일 것 같다. 모임에 가입해 활동을 하든, 종교 활동으로 유대관계를 맺든, 경제활동을 하며 인맥을 넓히든 함께 어울리고 소통할 수 있는 인연을 꾸준히 만들면 2년이란 시간도 금방 흘러가고 20년의 시간도 기약할 수 있을 것이다. 옥빛 바다가 있는 풍광 좋은 제주라지만 혼자나 또는 가족만 덩그러니 살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더불어 사는 사람이 있기에 이곳 제주가 나는 참 좋다.
 
권오병
 

※필자(43)는 서울에서 헤드헌터로 일하다 4년 전 제주시 한림읍으로 이주해 현재 대학에서 진로상담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제주#제주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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