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말 샤워하고 밥먹고… 집유 1년
사과하겠다며 다시 찾아와… 경찰, 불안감 조성 범칙금 처분
“후 이즈 잇(who is it·누구세요)?”
지난달 30일 오후 5시경 서울 용산구 한 외국대사관저. 대사와 가족들은 초인종을 누른 상대에게 이렇게 물었지만 인터폰 너머의 남성은 알아들을 수 없는 한국어로 횡설수설했다. 답답한 마음에 대사 가족들이 대문을 열고 나오자 그 남성은 황급히 도망갔다. 손짓으로 가까이 와보라고 하자 그 남성은 천천히 대문 앞으로 걸어왔다.
낯익은 얼굴이었다. 4개월 전 대사와 가족들이 휴가를 떠난 틈을 타 대사관저에 몰래 들어와 엉망으로 만들어 놓았던 노숙인 김모 씨(46)였다. 지난해 12월 7일 김 씨는 대사관저에 침입해 샤워를 하고 냉장고 안에서 음식을 꺼내 먹으며 제 집처럼 지냈다. 배를 채운 뒤에는 컴퓨터 등 집기를 부수며 난장판을 만들어 놓았다. 그의 범행은 다음 날 대사관저에 들른 대사관 직원의 신고로 덜미를 잡혔다. 김 씨는 무단침입과 재물손괴 등 혐의가 인정돼 올해 1심에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그런 김 씨가 왜 4개월 만에 다시 대사관저에 왔을까. 그는 “사과하러 왔다”고 했다. 실제 그는 이번에는 아무런 소동을 피우지 않았다. 여기서 나가 달라는 대사와 가족들의 요구에도 순순히 응했다. 하지만 서울 용산경찰서는 김 씨가 두 번이나 같은 대사관저에 찾아가 대사 가족과 직원들에게 위협을 주는 등 경범죄상 불안감 조성 혐의가 있다고 보고 범칙금 통고 처분을 내렸다고 10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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