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 씨(38·여·서울 송파구)는 결혼 후 5년 간 아이가 없다가 2년 전 체외수정(시험관 아기 시술)을 통해 세 쌍둥이를 임신했다. 지난해 초 출산예정일보다 한 달 빠른 32주 5일 만에 낳은 아이들의 체중은 각각 1.9, 2.0, 1.8㎏. 세 아이 모두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가장 체중이 적게 나갔던 셋째는 폐가 좋지 않아 이후에도 3달 동안 병원 신세를 졌다. 아이들은 퇴원 후에도 열흘에 한 번꼴로 소아청소년과, 소아외과, 안과, 재활의학과 등을 오갔다. 이 씨는 “치료를 잘 받아서 세 아이 모두 지금은 건강에 큰 문제가 없지만 의료비 부담이 너무 커서 적금을 두 개나 해약했고 대출까지 받았다”고 털어놨다.
저출산 추세로 출생아는 매년 감소하는데 이른둥이(임신 37주 전 출산)와 저체중아(체중이 2.5㎏ 미만) 등 고위험 신생아는 꾸준히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의 ‘임신 및 출산 지원 강화를 위한 기초조사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신생아 수는 2010년 42만5786명에서 2014년 40만2516명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같은 기간 고위험 신생아는 1만6177명(3.8%)에서 1만8871명(4.7%)으로 증가했다. 늦은 결혼으로 인해 고위험 임신이 늘고 체외수정 같은 보조생식술의 영향으로 쌍둥이 임신이 많아진 것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문제는 고위험 신생아가 달수를 채우고 출생한 아이에 비해 면역력이 약하고 신체기관이 덜 성숙해 폐렴이나 모세기관지염, 호흡곤란증후군 등 각종 질환에 시달리는 쉽다는 것. 실제로 고위험 신생아가 입원과 외래 진료 등을 통해 쓴 총 진료비(비급여 제외)는 2014년 기준 1214억 원으로 신생아 전체 진료비(2832억 원)의 절반 가까이(42.9%)를 차지한다.
전문가들은 산전 관리를 철저히 해 고위험 신생아의 출산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난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산전 정신건강 및 임신 초기 관리 강화와 기본 검사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9월 체외수정 시술 때 이식하는 배아 수를 최대 5개에서 3개로 줄이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것도 다태아(多胎兒) 임신을 줄임으로써 고위험 신생아의 출산율을 낮추기 위한 것이다. 산모의 나이가 많다면 혈압이나 체중 관리 등을 더 철저히 해야 한다.
김병일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대한신생아학회장)는 “의학의 발전으로 고위험 신생아도 생후 2~3년 집중적 치료와 보살핌을 받으면 건강한 아이로 성장할 수 있다”며 “이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의료비 지원 등 정책적 배려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