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서울 마포구 상암공원 유아숲 체험장. 평일 오전이지만 따뜻한 봄 햇살을 즐기려는 어린이와 학부모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김모 씨(34·여)도 20개월 된 아들과 함께 공원에 나왔다. 아이의 손을 잡고 공원을 산책하던 김 씨가 갑자기 울타리 앞에 멈춰 섰다. 울타리에 박혀 있는 커다란 볼트가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튀어나온 볼트의 길이는 약 3cm. 위치도 어린이 키와 비슷한 높이 80∼90cm였다. 이런 식으로 설치된 볼트가 10여 개나 됐다. 김 씨는 “날이 좋으면 동네 엄마들과 종종 유아숲을 찾는다”며 “얼핏 봐도 위험해 보이는 부품이 많은데 별다른 안전장치가 없어 걱정스럽기도 하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만든 유아숲 체험장이 영·유아와 어린이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용자의 특성을 제대로 감안하지 않아 시설 제작 때 쓰인 철제 부품이나 구조물이 그대로 노출된 곳이 많기 때문이다. 급경사 지역에 조성된 곳도 있지만 울타리가 부실한 곳도 있어 장마철 사고 위험까지 우려된다.
12일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까지 조성된 유아숲 체험장은 총 28곳. 2012년 응봉·우장·관악산공원에 시범적으로 조성된 뒤 지난해까지 서울숲·우면산·대모산공원 등에 25곳이 추가로 만들어졌다. 1950년대부터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이 유아를 대상으로 숲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주변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야외활동을 위해 단체로 오거나 유아를 동반한 가족이 자유롭게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유아숲 체험장을 찾는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시설물 안전을 걱정하는 의견이 많다. 보통 유아숲 체험장 내 시설물은 폐목재를 못과 볼트로 이어 만든다. 그러나 마무리 작업이 부실해 철제 부품이나 구조물이 그대로 외부에 노출된 곳이 많다. 폐목재가 낡아 갈라지며 뾰족한 단면이 그대로 드러난 곳도 있었다.
산 중턱에 만들어진 서대문구 인왕산공원 유아숲 체험장은 울타리 바깥에 급경사가 이어진다. 게다가 울타리마저 끊어져 안전사고 우려도 있다. 강북 오동공원 등 일부 공원은 비상 대피시설도 갖추지 않았다. 한 유아숲 체험장 관리자는 “갑작스럽게 비가 오거나 우박이 떨어질 경우에 대피해야 하는데 장소가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유아숲 체험장을 관리하는 서울시는 연 1회 안전점검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인력과 시간의 제약으로 전수조사 대신 10곳 정도를 선별해 확인하는 수준이다. 관리가 부실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난달 실시한 안전점검에서는 사고 때 이용할 비상연락망을 갖추지 않은 일자산·서울숲·영축산공원이 시정 조치를 받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설물 노후 정도나 못, 볼트 등 안전사고 유발 시설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겠다”며 “더 많은 아이들이 마음 놓고 이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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