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조작 공시생, 수능선 ‘시간차 커닝’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15일 03시 00분


허위 진단서로 응시시간 더 받은 뒤… 화장실에 가 숨겨둔 폰으로 답 알아내

‘정부청사 침입’ 공무원시험 준비생 송모 씨(26)는 인생의 관문을 꼼수로 통과하려다 범죄의 덫에 빠졌다.

경찰 등에 따르면 송 씨는 어릴 적 지방직 공무원인 아버지와 일가친척을 보면서 공직을 꿈꿨다. 2010년 제주 A대학에 입학했지만 서울 유명 대학에 가려고 201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다시 보기로 했다. 경쟁자가 공부할 때 수능의 허점을 살핀 그의 눈에 ‘저(低)시력 수험생 매 교시 일반 수험생 시험시간의 1.5배 부여’라는 규정이 들어왔다. 송 씨는 2010년 8월 광주의 한 대학병원에서 시력검사를 받았다. 첫날 의사는 송 씨가 약시(弱視)가 아니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송 씨는 다음 날 같은 병원의 다른 의사에게 “수능을 준비하고 있다”며 매달린 끝에 약시 진단서를 받아냈다.

송 씨는 그해 광주의 한 장애인학교에서 시각장애인 9명과 수능을 치렀다. 그는 응시시간을 더 받은 것도 모자라 매 교시 종료 후 인터넷에 답안이 올라오는 점을 악용해 시험시간 중 화장실에 가 휴지통에 숨겨둔 휴대전화로 답을 확인했다. 일반 수험생의 시험시간이 더 짧아 이미 답은 공개돼 있었다. 하지만 미처 답안을 확인하지 못한 1교시 언어영역이 5등급에 그쳐 원하는 대학에 불합격했다.

군 복무를 마친 뒤 공무원시험 준비를 시작했다. 지난해 6월 지방직 9급 시험에 응시했지만 불합격했다. 그러자 이번엔 지역인재 7급 시험의 허점을 노렸다. 2010년 받은 약시 진단서를 제출해 지역인재 추천에 필요한 토익과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시간을 늘렸다. 교직원을 사칭해 공직적격성평가(PSAT) 모의고사 문제지도 훔쳤다. 송 씨의 꼼수 인생은 지난달 26일 정부서울청사 인사혁신처 사무실에 침입해 필기시험 성적과 합격자 명단을 조작한 사실이 발각돼 들통 났다.

공전자기록 변작 등 8개 혐의로 구속된 송 씨는 14일 검찰로 송치됐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성적조작#공시생#수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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