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야구장서 아웃된 ‘맥주보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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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식약처, 2016년 시즌부터 규제

정부가 올 시즌부터 야구장에서 맥주의 이동식 판매를 금지해 야구장의 명물로 꼽혀 온 ‘맥주보이’를 볼 수 없게 됐다.

국세청은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와 관련 법률을 검토한 끝에 야구장에서 맥주의 이동식 판매를 규제하기로 하고 이달 초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다. 맥주보이가 허가된 장소인 영업장에서만 주류를 판매해야 하는 주세법을 위반했다는 것이 국세청의 의견이다. 일반 야구장 좌석은 영업장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청소년이 쉽게 음주에 노출될 위험이 있다는 점도 반영됐다. 식약처 관계자는 “이동식 주류 판매원이 관중의 나이를 일일이 확인해 주류를 판매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며 “청소년 음주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지 않는 한 맥주보이의 주류 판매를 재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관계자는 “음주가 청소년의 성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세계보건기구(WHO) 권고를 받아들여 정부 차원에서 청소년이 술을 접할 수 있는 공간을 점차 줄여가고 있는데 야구장 좌석은 지금까지 사각지대로 방치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KBO는 12일 맥주보이가 활동하던 잠실, 사직, 대구, 수원구장을 안방으로 하는 구단들에 국세청의 의견을 전했고 잠실과 사직, 수원구장에서는 맥주보이의 영업이 곧바로 중단됐다. 대구구장을 안방으로 하는 삼성도 조만간 같은 조치를 내릴 방침이다.

하지만 맥주보이 영업 중지 조치에 대해 야구팬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내 프로야구보다 긴 역사를 가진 미국, 일본의 프로야구장에서도 맥주보이가 돌아다니고 있고, 미국에서는 맥주보이가 청소년 음주를 막기 위해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 팬들의 항변이다. 야구팬 전모 씨(34)는 “한강 둔치에만 가도 공공연히 청소년 음주가 적발되는 상황에서 야구장만 규제한다고 과연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모 씨(30)는 “청소년으로 의심이 되면 주민등록증 확인을 강화해야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영업장 외 판매 규제 조항을 야구장에 적용하는 것도 형평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치킨배달점 등에서도 공공연히 맥주를 배달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국세청 관계자는 “치킨배달점 등도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맥주 판매량에 관계없이 매점으로부터 임대료를 받는 구단들로서는 매출에 직접적 타격은 없지만 매점과의 관계, 팬들의 반응 등을 무시하기 어렵다는 속내다. KBO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와 합의해 야구장을 특례 지구로 지정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 정부 부처와 협의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홍구 windup@donga.com·임현석 기자
#야구#맥주보이#야구장#국세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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