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옥시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살인죄 여부 밝혀내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19일 00시 00분


롯데마트 김종인 대표가 어제 자체브랜드 가습기 살균제로 22명이 숨진 데 사과하고 피해 보상을 약속했다. 가습기 살균제 업체가 수습 방안을 내놓은 것은 이로 인한 사망 사건이 연달아 발생한 2011년 이후 처음이다. 사건 발생 5년 만에 롯데가 피해자들에게 알리지도 않은 채 기자회견부터 연 것은 검찰의 제조업체 소환이 다가오자 처벌 수위를 낮추기 위해서인 듯하다. 홈플러스도 어제 오후 보상 의사를 밝혔다.

이번 사건은 2001년부터 외국인투자기업 옥시레킷벤키저(옥시)가 폐 손상 물질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이 들어간 가습기 살균제를 팔면서 임신부와 영유아 등 최소 143명이 사망해 ‘살인 가습기 살균제 사건’으로 불린다. 외국에선 수영장이나 정화조 청소에 쓰이는 살균제 원료로 만들고도 옥시와 같은 제품을 만든 업체들은 ‘인체에 무해하다’는 문구까지 붙였다니 미필적 고의나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를 적용해야 마땅하다. 피해자들은 2011년 8월 질병관리본부가 역학조사를 통해 ‘원인이 가습기 살균제로 추정된다’는 결과를 내놓을 때까지 영문도 모르고 죽어갔다. 가장 피해자가 많이 나온 ‘옥시싹싹 가습기 당번’은 같은 해 11월 보건복지부가 수거 명령을 내릴 때까지 12년간 453만 개나 팔렸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정부가 보인 태도는 피해자와 가족들의 가슴에 피멍이 들게 할 정도로 안이하고 무책임했다. 피해자들은 2012년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했지만 검찰은 일반 형사사건으로 처리해 검사 1명에게 사건을 배당했다. 2013년엔 최종 역학조사 결과가 안 나왔다는 이유로 수사를 중단시켜 올 2월 전담 수사팀을 꾸릴 때까지 피해자들은 애만 태워야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2년 관련 업체에 5200만 원의 면피성 과징금을 부과했을 뿐이다.

롯데와 홈플러스는 이제라도 사과했지만 업계 1위인 영국계 옥시레킷벤키저가 사망자의 70% 이상이 자사 제품을 쓴 데 대한 책임을 인정하기는커녕 되레 피해자들을 회유하고 있다니 철면피하다. 옥시는 처벌을 피하기 위해 2011년 말 기존 법인을 청산하고 새 법인을 설립했는가 하면, 유해성 여부 실험을 자사 측에 유리하게 꾸미기 위해 교수들에게 돈을 줬다는 정황도 나왔다. 검찰은 옥시를 비롯한 관련 기업들이 유해성을 알고서도 살인 제품을 판매했는지 낱낱이 밝혀내 피해자들의 한을 풀어줘야 할 것이다.
#롯데마트#가습기 살균제#옥시레킷벤키저#옥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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