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과 음주후 “돈 안주면 신고” 협박… 서울시 행정위 “미성년자 판별 어렵다”
“자진신고 업주 영업정지 부당” 결정
지난해 8월 19일 오후 10시경 서울 은평구 진모 씨(46·여)의 치킨 가게에 손님 3명이 왔다. 이 중 2명은 진 씨가 평소 얼굴을 알고 있던 어른들이었다. 동행한 다른 한 명은 처음 보는 손님이었다. 이 손님은 건장한 체격에 온몸에는 문신을 하고 있었다. 다른 일행 2명과 함께 태연히 담배를 피우기도 했다.
진 씨는 당연히 이 손님도 성인일 것으로 보고 술을 판매했다. 그렇게 일행은 술을 다 마신 뒤 가게를 떠났다. 잠시 뒤 이날 처음 왔던 손님이 다시 가게를 찾았다. 이 손님은 다짜고짜 “미성년자인데 확인도 하지 않고 술을 팔았다. 돈을 주지 않으면 신고하겠다”고 말했다.
확인 결과 이 사람은 당시 만 18세의 A 군이었다. 진 씨의 남편은 황당한 나머지 그 자리에서 경찰에 전화를 걸어 “청소년에게 술을 팔았다”며 스스로 신고했다. 결국 경찰 조사에서 A 군의 미성년자 신분이 확인됐다. 경찰의 통보를 받은 은평구는 지난해 말 진 씨 가게에 1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억울함을 느낀 진 씨는 서울시 행정심판위원회에 영업정지 처분 취소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A 군의 요구대로 돈을 줬다면 행정처분을 받지 않았겠지만 그가 다른 곳에서도 똑같은 범행을 저지를 수 있다는 판단에 신고했는데 영업정지까지 내린 건 가혹하다”는 취지였다.
해당 사안을 조사한 서울시 행정심판위원회는 이달 4일 진 씨의 손을 들어줬다. 겉모습만으로는 A 군을 미성년자로 보기 어렵고, 진 씨가 2012년 개업 후 모범적으로 영업을 했으며 자진 신고한 점을 고려했다.
위조 신분증에 속거나 강압에 못 이겨 청소년에게 술을 내준 사업자에게 행정처분을 감경(減輕)하도록 한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최근 입법예고된 점도 참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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