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에 문신한 10대에 술 팔았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19일 03시 00분


성인과 음주후 “돈 안주면 신고” 협박… 서울시 행정위 “미성년자 판별 어렵다”
“자진신고 업주 영업정지 부당” 결정

지난해 8월 19일 오후 10시경 서울 은평구 진모 씨(46·여)의 치킨 가게에 손님 3명이 왔다. 이 중 2명은 진 씨가 평소 얼굴을 알고 있던 어른들이었다. 동행한 다른 한 명은 처음 보는 손님이었다. 이 손님은 건장한 체격에 온몸에는 문신을 하고 있었다. 다른 일행 2명과 함께 태연히 담배를 피우기도 했다.

진 씨는 당연히 이 손님도 성인일 것으로 보고 술을 판매했다. 그렇게 일행은 술을 다 마신 뒤 가게를 떠났다. 잠시 뒤 이날 처음 왔던 손님이 다시 가게를 찾았다. 이 손님은 다짜고짜 “미성년자인데 확인도 하지 않고 술을 팔았다. 돈을 주지 않으면 신고하겠다”고 말했다.

확인 결과 이 사람은 당시 만 18세의 A 군이었다. 진 씨의 남편은 황당한 나머지 그 자리에서 경찰에 전화를 걸어 “청소년에게 술을 팔았다”며 스스로 신고했다. 결국 경찰 조사에서 A 군의 미성년자 신분이 확인됐다. 경찰의 통보를 받은 은평구는 지난해 말 진 씨 가게에 1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억울함을 느낀 진 씨는 서울시 행정심판위원회에 영업정지 처분 취소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A 군의 요구대로 돈을 줬다면 행정처분을 받지 않았겠지만 그가 다른 곳에서도 똑같은 범행을 저지를 수 있다는 판단에 신고했는데 영업정지까지 내린 건 가혹하다”는 취지였다.

해당 사안을 조사한 서울시 행정심판위원회는 이달 4일 진 씨의 손을 들어줬다. 겉모습만으로는 A 군을 미성년자로 보기 어렵고, 진 씨가 2012년 개업 후 모범적으로 영업을 했으며 자진 신고한 점을 고려했다.

위조 신분증에 속거나 강압에 못 이겨 청소년에게 술을 내준 사업자에게 행정처분을 감경(減輕)하도록 한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최근 입법예고된 점도 참고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문신청소년#영업정지#술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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