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커 태운 순찰차, 새벽 사이렌 질주 사연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19일 03시 00분


서울역 30대女 공항버스 막차 놓쳐
택시마저 거부하자 파출소에 SOS, 안개속 수송작전… 탑승시간 맞춰

15일 오전 3시 30분경 서울역 버스환승센터. 중국인 관광객 장판(張盼·30·여) 씨는 인천국제공항으로 가는 심야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막차를 타면 오전 4시 30분경 공항에 도착해 발권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버스를 기다렸다. 하지만 주위에 아무도 없어 불안해진 장 씨는 그제야 환승센터에 붙은 시계와 버스시간표를 발견하고 눈앞이 캄캄해졌다. 이미 10분 전에 막차가 떠난 것이다.

다음 버스는 오전 4시 50분.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지 않으면 비행기를 놓칠 상황이었다. 급하게 택시를 잡아타기로 했지만 한국 돈 3만 원이 전부였던 그를 태워주는 택시는 없었다. 택시 운전사들은 “가까운 거리도 아니고, 할증까지 감안하면 7만∼8만 원은 나올 것”이라며 승차를 거부했다.

쩔쩔매던 장 씨의 눈에 불 켜진 서울역 파출소가 들어왔다. 오전 3시 45분경 캐리어를 끌고 들어선 파출소에는 야간근무 중이던 김종우 경사(34·사진)가 있었다. 장 씨는 김 경사에게 떨리는 목소리로 중국어로 “인천공항을 가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어를 알아들을 수 없었던 김 경사는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해 그의 말을 해석했다.

김 경사는 장 씨에게 차비를 보태주고 택시에 태우려 했지만 택시 운전사들이 이번에는 “인천공항 가는 길이 안개가 심해 위험하다”며 다섯 차례나 승차를 거부했다. 초조해진 장 씨는 김 경사의 팔을 붙잡고 서툰 영어로 “플리즈(please·제발)…”를 반복했다. 식은땀을 흘리며 애원하는 장 씨를 그냥 둘 수 없었던 김 경사는 관할 경찰서 상황실에 보고한 후 순찰차 뒷좌석에 장 씨를 태워 인천공항으로 출발했다.

당시 영종대교에는 안개가 짙게 끼어 있었다. 김 경사는 위험을 무릅쓰고 사이렌을 울리며 달렸다. 장 씨를 태운 순찰차는 오전 4시 40분경 공항에 도착했다. 장 씨는 그 와중에도 김 경사의 연락처를 물은 뒤 서둘러 공항 안으로 뛰어갔다. 파출소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김 경사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서툰 한국어로 ‘공항에 데려다 줘서 고맙습니다’라고 쓴 장 씨의 문자메시지였다. 장 씨는 중국에 도착한 뒤 한 차례 더 감사 인사를 했다.

김단비 기자 kubee08@donga.com
#유커#순찰차#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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