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랑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다니던 A 양은 선생님 박모 씨(61)의 손길이 두려웠다. 박 씨가 담임을 맡고 있는 4학년 교실 안에는 키우는 햄스터나 거북이 등 볼거리가 많아 다른 학년과 학급의 학생들도 종종 놀러 왔다. A 양도 그런 학생 중 한 명이었다. 교실에 놀러온 A 양을 본 박 씨는 손으로 잡아당겨 무릎 위에 앉힌 뒤 A 양의 몸을 쓰다듬었다. A 양은 이 일로 기분이 상했지만 다른 친구나 어른들에게 사실을 말하지 못했다. A 양은 “선생님이 나를 좋아해서 그런 건 아닐까” “내가 기분이 안 좋다고 얘기했다가 큰일이 나는 건 아닐까”와 같은 생각이 앞섰다. 당시 A 양은 ‘선생님의 불편한 손길’이 범죄라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박 씨의 범행은 이후에도 멈추지 않았다. A 양을 따로 교실에 불러 “선생님이 너 좋아서 이러는 거니까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 된다”라며 A 양의 몸을 또 다시 만졌다. 지난해 5월 현장체험을 가는 버스 안에서는 박 씨는 여러 학생들 앞에서 A 양의 얼굴에 입맞춤까지 했다. 참다못한 A 양이 이 같은 사실을 부모에게 알린 뒤에야 박 씨의 상습적인 제자 성추행은 모습을 드러냈다.
피해자는 A 양뿐만이 아니었다. 경찰 조사 결과 박 씨는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여자 초등학생 9명을 상대로 상습적인 성추행을 벌였다. 학교 측은 수사에 앞서 박 씨의 문제를 알고 있었지만 단순 구두 경고를 하는데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7월 구속된 박 씨는 제자들을 강제 추행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 과정에서 박 씨는 “추행을 하려는 의도 없이 교사로서 학생들을 예뻐하는 마음에 안아주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부장판사 이재석)는 박 씨에게 징역 8년, 12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선고했다고 19일 밝혔다. 검찰은 징역 10년을 구형했지만 재판부는 박 씨가 범죄 전과가 없고 피해자 다수와 합의한 점 등을 참작해 이같이 판결했다.
하루라도 빨리 사건을 잊고 싶은 마음에 피해자 9명 중 8명의 부모가 박 씨와의 합의서에 도장을 찍은 상태였다. 검찰이 청구한 전자발찌 부착명령도 기각됐다. 재범 가능성이 낮다는 재판부의 판단에서다. 박 씨 측은 이번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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