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청주의 자화상’ 책으로 펴내… 남주동 등 근현대사 발자취 소개
21일 북콘서트 열고 무료 배포
조선 후기 충북 청주 남주동과 남문로 일대에서 음력 2일과 7일 열린 ‘청주 장날’은 한강 이남 지역의 3대 시장(市場) 가운데 하나로 꼽혔다. 장이 서는 날이면 포목전과 어물전 곡물전 떡전 등이 펼쳐졌다. 지역민은 물론이고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등짐장수와 장돌뱅이 등 1만여 명이 어울려 물건을 사고팔고 흥정하는 소리가 하루 종일 끊이지 않았다. 또 장날과 함께 열렸던 우(牛)시장은 경북 김천과 전북 전주, 경기 수원장 등과 함께 전국에서 손꼽히는 쇠전 중 하나일 정도로 번성했다.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이 1930∼1980년대 청주장날의 터전이었던 남주동과 남문로의 주요 장소와 공간, 산업화 이야기를 담은 ‘근대 청주의 자화상’(사진)이라는 책을 펴냈다. 재단은 지역 토박이들의 구술과 지역 근현대사와 관련된 연구진들의 기사, 기록사진 등을 바탕으로 책을 발간했다.
책에는 운보 김기창 화백 등 지역 명사들의 해장국 사랑이야기와 6·25전쟁 당시 인민군이 주둔했던 요릿집 화성관을 전투기가 공습하면서 남주동 시장이 전소한 사연, 양민과 우익 인사를 대상으로 당산에서 자행된 학살사건 등이 담겨 있다. 또 일제강점기 애국계몽운동의 산실이었고 산업화시대에는 민주화운동의 거점이었던 청주제일교회와 일명 ‘딸네집’으로 불리며 술꾼들의 사랑을 받았던 청주삼겹살의 원조집인 ‘만수집’ 이야기도 수록됐다.
㈜한국도자기와 ㈜젠한국의 모체인 ‘삼광사’를 김종호 회장이 6·25전쟁 직후 약전골목에 창업했고, 박학래 전 도의원이 14세 때 화부로 일했던 아사히후로야(旭湯)를 사들여 ‘제일목욕탕’으로 문을 연 얘기도 눈길을 끈다.
이 책에는 청주의 근대 사진들이 실려 있는데, 사진작가 김동근의 유족들이 도움을 준 덕분이다. 김동근이 기록사진으로 남긴 1930년대 청주 청년들의 모습 등이 ‘근대 청주사람들과 자화상’ 편에 담겨 있다. 김 씨는 당시 조선인으로는 충북에서 처음으로 영업사진가로 활동했다. 이 밖에 1906년과 1930년에 발생한 무심천 대홍수와 일제의 도시구획정책으로 변천을 거듭한 청주 장터의 발자취도 알 수 있다. 김호일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사무총장은 “이 책의 내용을 청주의 특화된 콘텐츠 개발과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한 도시재생사업 개발에 적극 활용해 문화도시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은 21일 오후 7시 동부창고34 다목적강당에서 이번 책 발간의 뒷얘기를 들려주는 북콘서트를 열고, 책도 무료로 나눠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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