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차 조사 통한 143명만 인정
2015년말 끝난 3차 조사 때의 79명… 시민단체 접수 14명 등은 발표 미뤄
3, 4등급 판정자중 사망 느는데도… 정부는 “관련성 낮다” 지원 제외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관련해 정부가 공식 인정한 사망자 수는 1, 2차 조사 때 밝힌 143명이다. 현재 진행 중인 정부의 3차 조사에서 새로 신고한 피해자는 752명. 이 가운데 79명은 이미 사망했지만 정부의 공식 통계에는 포함돼 있지 않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31일을 끝으로 피해자 추가 접수를 일단 중단했다. 이후 시민단체인 환경보건시민센터가 피해자 신고를 받고 있는데 지금까지 246명이 신고했고 이 중 14명이 사망했다.
정부의 1, 2차 조사 때 신고했지만 발표 후 사망한 3명까지 포함하면 최소 96명이 정부 통계에서 빠져 있는 셈이다.
피해자들은 정부가 2011년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불거지기 전까지 관련 업체들을 제대로 관리 감독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피해가 계속 늘고 있는데도 사태 파악에 미온적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피해자의 의료비 지원에서도 피해 등급에 따라 지나치게 차등을 두고 있다는 반발도 나온다.
보건당국과 환경부는 1, 2차 조사를 통해 피해자들을 1∼4등급으로 나눴다. 1, 2등급은 피해자의 사망이나 질병이 가습기 살균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인정해 장례비와 의료비를 지급하고 있다. 반면 3, 4등급을 받은 사람은 ‘관련성 낮음 또는 없음’으로 지원을 전혀 받을 수 없다. 이런 가운데 3, 4등급으로 판정한 사람들 중 추가 사망자가 생기면서 정부에 대한 유가족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144번째 사망자인 이모 씨(사망 당시 57세)는 2014년 4월 정부 판정 때에는 3등급인 ‘관련성 낮음’을 받았다. 2002년부터 10년 동안 집과 직장에서 ‘옥시싹싹’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했다며 재심 신청을 했지만 결과를 기다리다 최근 세상을 떠났다. 이 씨의 부인은 “살인자들은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145번째 사망자인 김모 씨(여·사망 당시 74세)는 약 2개월간 가습기 살균제를 쓴 뒤 폐 섬유화 증상이 나타났다. 2015년 정부의 2차 조사 발표에서 4급(관련성 거의 없음)을 받았지만 5개월 후 사망했다. 유가족들을 중심으로 “부검을 해서라도 정부의 판정이 맞았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3등급을 받으면 1년에 한 번 정부가 사망 여부를 확인하지만 4등급은 확인조차 하지 않는다. 임흥규 환경보건시민센터 팀장은 “현재의 정부 판정은 폐의 일부분만 확인할 뿐 다른 기관이 손상된 것은 피해로 간주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3, 4등급을 받을 경우 치료비는 온전히 환자들의 몫이다. 가습기 살균제 사망자가 속출하던 2011년을 기점으로 폐 이식 환자가 늘어났다. 장기 이식 통계연보에 따르면 국내 폐 이식자는 2008년 7명에서 2011년 35명, 2012년 37명으로 급증했다. 피해자 중 폐 이식수술을 한 사람은 총 14명인데 3, 4등급이 3명이었다. 평균 1억 원이 넘는 수술비용에, 사망률도 높지만 이들은 정부로부터도 어떤 도움도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사망한 146번째 여성의 아들은 이렇게 말했다. “‘원인을 모른다’는 판정을 내린 의사들이 ‘진짜 원인은 뭔지 모르겠다고 하면서 가습기 살균제는 원인이 아니다’라고 하는 말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믿기 어렵고 억울하다.”
현재 가습기 살균제는 판매되지 않는다. 회수 조치를 내린 지 5년이나 됐다. 그러나 가습기 관련 사망자 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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