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전남 여수에서 발생한 무궁화호 탈선 사고는 선로 변경 과정에서 속도를 줄여 줄여야 하는 규정을 지키지 않고 과속을 하다 전복돼 9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무궁화호 1517호는 이날 오전 3시41분경 여수시 율촌면 월산리 율촌역 인근에서 선로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탈선했다. 이 사고 기관차가 전복되고 전체 7량의 승객차량 중 4량이 탈선해 이 중 2량이 전도됐다. 탈선한 기관차는 전기를 공급하는 ‘전차선’ 기둥을 들이받은 뒤 설비를 쓸고 200여 m 튕겨 나가 선로 밖 풀밭으로 나뒹굴었다. 뒤집힌 객차 4량 중 2량은 선로를 벗어나 45도로 기운 채 선로 바깥으로 밀려날 정도로 사고 충격이 컸다.
이 사고로 기관사 양모 씨(53)가 숨졌으며 부기관사 정모 씨(57)가 다쳐 병원으로 후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승객 22명 중 상처를 입지 않은 승객은 열차에서 스스로 걸어 나왔고 부상자 7명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뒤 6명은 귀가했다.
광주지방철도경찰대는 이번 사고가 선로 변경 구간에서 감속 운행 규정을 지키지 않아 일어난 것으로 보고 사고 열차에서 생존한 부기관사와 관제사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당시 순천역과 성산역 구간에서는 선로 기반을 다지는 궤도 자갈 교환 작업이 진행돼 상행선은 정상 운행되고 하행선은 통제 중이었다. 이에 따라 이 열차는 순천역에서 상행선으로 선로를 바꿔 운행한 뒤 성산역을 지나 율촌역에서 하행선으로 갈아타야 했다.
전날 오후 10시45분경 서울 용산역을 출발한 열차는 순천역에 도착하면서 관제실로부터 공사 구간을 통보받았고 지시에 따라 선로 전환 구간에서 시속 45km 이하로 운행했다. 상행선으로 선로를 바꾼 뒤 코레일 규정에 따라 감속 운행했다. 열차는 하행선으로 선로를 다시 변경해야 하는 율촌역에서 속도를 줄여 하행선으로 갈아타야 했으나 선로를 변경해야 할 시점에 시속 127㎞로 달리다가 탈선했다. 경찰은 사고 열차에서 생존한 부기관사와 관제사를 상대로 조사를 벌여 이 같은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기관사 정 씨는 경찰에서 “선로를 바꾸는 구간인지 몰랐다”며 “관제사와 통화 과정에 율촌역 다음 역인 덕양역에서 선로를 변경하는 줄 알았다”고 진술한 반면 관제사는 “율촌역에서 선로를 변경하라는 무전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부기관사와 관제사의 주장이 다른 점을 감안해 무전 기록과 기관차에 설치된 블랙박스(열차운행기록장치) 영상을 분석, 과실 여부를 가릴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부기관사의 말이 맞다면 관제사가 제대로 관제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과속이 아닐 수도 있다”며 “관제사의 주장이 옳을 경우 기관사의 과실이 크다”고 설명했다.
코레일은 이르면 이날 오후 10시경 복구를 끝내고 23일 오전 5시 여수엑스포역에서 출발하는 첫 열차(KTX 702호)부터는 정상 운행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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