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서 무궁화호 탈선 1명 사망
선로변경 지점 관제 안따르고 과속… 사고집계 13년만에 첫 탈선 사망
전문가 “낙하산 반복… 부실 경영”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사장 자리가 공석인 가운데 열차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4·13총선에 출마하기 위해 지난달 임기를 반년 넘게 남겨 둔 채 갑작스레 퇴임한 최연혜 전 사장 등 전임 사장들의 부실 경영이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국토교통부와 코레일에 따르면 이날 오전 3시 41분경 전남 여수시 율촌면 율촌역 인근을 운행하던 무궁화호 1517호가 선로를 이탈했다. 기관차는 전복됐고 여객차량 7량 중 4량이 탈선했다. 이 사고로 기관사 양모 씨(53)는 숨졌고, 부기관사 정모 씨(57)와 승객 7명이 다쳤다. 열차 탈선으로 사망자가 나온 건 사고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3년 이후 처음이다. 국토부는 열차를 운전하던 부기관사가 선로를 변경하면서 시속 35km 이하로 속도를 줄이라는 관제 지시를 따르지 않고 127km로 과속하다가 탈선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발생한 주요 열차 사고는 이번을 포함해 벌써 4건이다. 지난달 11일에는 대전 신탄진역 부근에서 화물열차가 선로를 이탈해 경부선과 호남선을 운행하는 화물 및 일반 열차 47대의 운행이 중단됐다. 운행 장애도 발생했다. 2월 16일에는 경북 경산시 하양역 근처 선로에서 시설 작업 차량 1량이 궤도를 벗어나 대구선 여객열차의 운행이 1시간 반가량 중단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잇단 사고의 주원인 중 하나로 전문성 없는 낙하산 인사를 꼽았다. 그동안 코레일 사장은 초대 신광순 사장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철도 비전문가들이 차지했다. 2대 사장 이철(3선 국회의원 출신)부터 강경호(3대·이명박 전 대통령 관련 외곽 조직 서울경제포럼 출신), 허준영(4대·경찰청장 출신), 정창영(5대·감사원 사무총장 출신) 등은 모두 외부 인사였다. 이들은 대부분 노동조합과 타협해 코레일 개혁을 미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나마 코레일 부사장을 경험해 전문성을 인정받은 최연혜 전 사장은 2012년 19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코레일 사장에 취임했지만 지난달 비례대표 출마를 위해 임기를 6개월여 남긴 채 사퇴했다. 이후 크고 작은 사고들이 터지자 코레일 내부에선 “사장 마음이 콩밭에 가 있었으니 코레일이 제대로 굴러갈 수 없다”는 자조 섞인 비판까지 나왔다.
경영진이 단기 성과에 지나치게 집착한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정부 부처의 한 관계자는 “코레일 사장들이 장기적으로 투자해야 성과를 낼 수 있는 안전 교육, 노후 시설 교체 등을 너무 소홀히 했다”고 말했다.
한편 국토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마감된 코레일 사장 공모에는 모두 16명이 지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