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이 3m인 대형 철문이 설치된 사각 콘크리트 구조물 안에 물이 가득 채워졌다. 철문 사이로 새나오는 물의 양을 측정하기 위한 실험이 시작됐다. 실험 결과 누수량은 분당 평균 0.1L. 방수문에 대한 미국기계공학회(ASME)의 누수 기준(분당 2.83L)의 3분의 1 수준.
방수문 누수 실험을 하는 회사는 울산 테크노파크에 입주한 ES다산㈜(대표 황재호·45). 이 회사는 침수 방호기술과 지진 방재기술, 전력 안전기술을 보유한 재해방호 전문 기술기업이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원자력 분야 품질 Q등급 설계회사로 전국 원전 안전을 위한 엔지니어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내진과 침수 방호 분야에서는 국내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기술 벤처기업이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와 2014년 세월호 사고, 최근의 일본 구마모토(熊本) 지진 등으로 안전설비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어 재해 방호 전문 기술 기업인 ES다산의 성장 가능성은 큰 것으로 평가된다.
ES다산이 창립된 것은 2008년. 울산대 토목공학과에서 수리학을 전공한 황 대표가 울산대 창업센터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당초 ‘나뭇잎이 걸리지 않는 빗물받이용 덮개장치’로 특허를 받아 생산해오다 2010년 한수원이 운영하는 원전 구조물 설계에 눈을 돌렸다. 한수원으로부터 최우수 품질등급으로 평가받은 뒤 발전소 토건 건축물 설계와 재해방호 설계를 맡고 있다. 2012년 울산테크노파크로 이주한 ES다산은 새로운 미래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재해방호 분야’로 사업영역을 확대했다.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누출사고도 사업 확대에 도움이 됐다. 정부는 이 사고를 교훈 삼아 국내 원전 시설물이 설계 기준을 초과하는 지진 해일 등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도록 침수 방호기술 개발 사업을 진행했다. 울산테크노파크도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동남권 원전 기자재 기술기반 구축’ 과제를 ES다산과 함께 진행했다. 이때부터 ES다산은 보유한 특화기술을 접목해 원전 방수 방호문을 제작했다. 이 회사가 만드는 방수 방호문은 전력 없이도 어린애의 힘만으로 쉽게 열리고 사람이 빠져 나가면 자동으로 닫히도록 설계돼 있다. 이 사업으로 2014년 울산시로부터 우수기업 표창을 받은 데 이어 지난해에는 기술혁신기업에 주는 디지털 이노베이션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ES다산은 홍수가 났을 때 드럼통 등 부유물질의 충격에도 견딜 수 있는 문과 폭발을 견딜 수 있는 방폭문도 제작할 계획이다. 이 문 제작 기술들은 현재 특허등록 절차를 밟고 있다. 국방시설과 석유화학 플랜트 업체, 주요 정부청사 등 테러에 민감한 시설물이 방폭문 시장 개척 대상이다.
황 대표는 “원전과 대규모 산업시설이 밀집한 울산은 지진과 침수 재해에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 예측하지 못한 자연재해에도 방수, 방폭이 되면서 잘 열리고 잘 닫히는 문을 만들어 안전한 산업도시 울산을 만드는 데 기여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ES다산은 올해 50억 원, 내년 200억 원의 매출 목표를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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