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뭐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5일 03시 00분


“작품감상과 해석은 관람객의 몫”… 전시회 열며 작품에 제목 안붙여

라규채 씨의 대나무 사진은 마치 수채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자아낸다. 그는 작품을 보는 이들이 마음껏 상상하도록 배려하기 위해 일부러 작품 제목을 달지 않는다. 라규채 씨 제공
라규채 씨의 대나무 사진은 마치 수채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자아낸다. 그는 작품을 보는 이들이 마음껏 상상하도록 배려하기 위해 일부러 작품 제목을 달지 않는다. 라규채 씨 제공
라 씨는 그동안 미국 뉴욕 초대전 5차례를 비롯해 개인전 11차례, 단체전 100여 차례를 열고 5권의 사진집과 포토에세이를 펴냈다. 그는 전시회를 열면서 가급적이면 작품에 제목을 붙이지 않는다. 작품을 보는 이들에게 고정관념을 갖게 할 수 있어서다. ‘제목이 자칫 관람객에게 ‘이것을 생각하고 보라’고 강요하거나 관념을 가둘 수 있다. 예술이 천의 얼굴인 만큼 감상과 해석은 각자의 몫‘이라는 게 그의 소신이다.

지난해 9월 ‘2015 세계대나무박람회’가 열릴 때 라 씨는 ‘대숲에 스미다’란 특별전을 열었다. 스틸 사진으로 빔 프로젝트와 전통 창호를 이용해 달빛에 대나무 그림자가 창문에 드리우는 장면을 연출하는 영상작품을 선보였다. 묵화에서 느낄 수 있는 먹빛의 농담과 번짐으로 대나무의 공(空)개념 철학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런데 호기심을 이기지 못한 몇몇 관람객들이 손가락으로 창호지에 구멍을 뚫는 일이 있었다. 관람객의 무지를 탓하며 화를 낼 법도 했지만 그는 오히려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고 한다.

라 씨는 “‘이게 뭐지’ 하고 관심을 갖게 한 것만으로도 성공한 것”이라며 “이게 바로 아마추어가 느낄 수 없는 창작예술의 감흥”이라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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