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 씨는 그동안 미국 뉴욕 초대전 5차례를 비롯해 개인전 11차례, 단체전 100여 차례를 열고 5권의 사진집과 포토에세이를 펴냈다. 그는 전시회를 열면서 가급적이면 작품에 제목을 붙이지 않는다. 작품을 보는 이들에게 고정관념을 갖게 할 수 있어서다. ‘제목이 자칫 관람객에게 ‘이것을 생각하고 보라’고 강요하거나 관념을 가둘 수 있다. 예술이 천의 얼굴인 만큼 감상과 해석은 각자의 몫‘이라는 게 그의 소신이다.
지난해 9월 ‘2015 세계대나무박람회’가 열릴 때 라 씨는 ‘대숲에 스미다’란 특별전을 열었다. 스틸 사진으로 빔 프로젝트와 전통 창호를 이용해 달빛에 대나무 그림자가 창문에 드리우는 장면을 연출하는 영상작품을 선보였다. 묵화에서 느낄 수 있는 먹빛의 농담과 번짐으로 대나무의 공(空)개념 철학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런데 호기심을 이기지 못한 몇몇 관람객들이 손가락으로 창호지에 구멍을 뚫는 일이 있었다. 관람객의 무지를 탓하며 화를 낼 법도 했지만 그는 오히려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고 한다.
라 씨는 “‘이게 뭐지’ 하고 관심을 갖게 한 것만으로도 성공한 것”이라며 “이게 바로 아마추어가 느낄 수 없는 창작예술의 감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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