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가 전국 대학 가운데 처음으로 치른 ‘4월 졸업식’을 둘러싸고 최순자 총장과 구성원 사이에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26일 인하대와 학생들에 따르면 23일 졸업식을 이틀 앞둔 21일 박사과정 수료생인 A 씨는 학교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4월 졸업식’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이 글에서 “다음 주에 졸업식을 한다는 연락을 받았는데 아직 부모님과 친지들에게 연락할 생각도 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졸업식장에서 학위복 없이 논문을 작성하는 퍼포먼스를 하려고 한다. 관심이 있는 원생들은 노트북을 들고 와 졸업식장에서 논문을 작성하자. 4월 졸업식이 학생들의 실존 없이 이뤄지고 있는 강압과 폭력이라는 점을 똑똑히 보여주자”고 주장했다. A 씨는 그러나 정작 졸업식에서 이런 퍼포먼스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은 A 씨의 글을 뒤늦게 확인한 최 총장이 24일 답글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최 총장은 “A 씨가 그동안 무엇을 배웠고 이런 사고력으로 세상을 어떻게 살겠다는 것인지 의아하다. 인하대의 박사학위 심사가 잘못된 것이 아닌지 생각된다. 인하대는 A 씨 같은 사람에게 박사학위를 수여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글을 올렸다. 이어 “A 씨의 박사학위에 대해 대학원학위위원회에서 제대로 평가한 것인지 ‘총장으로서’ 이의를 제기하겠다”고 글을 달았다.
최 총장의 답글과 관련해 인하대 학생과 교수들은 100여 개의 댓글을 올리는 등 반발하고 있다. 한 학생은 “대한민국은 개인의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사회”라며 “총장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논문을 통해 학생을 협박하고 있다. 총장이 이런 식으로 대응하면 누가 학교에서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출하겠나?”고 밝혔다.
한 교수도 “해당 학생은 학교 학사 일정에 따라 논문심의위원회의 최종 심의를 통과하지 못한 상태라 4월 졸업식에 문제점이 있음을 밝힌 것인데 박사학위 심사과정, 논문 내용을 문제 삼겠다는 문제가 있다. 박사학위논문은 인성으로 수여되는 것이 아니다. A 씨에게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는 일개 교수인 것이 참 부끄럽고 미안하다”고 적었다.
다른 학생들은 “무서워서 글을 쓸 수가 없다”, “영화 베테랑의 유아인의 대사가 생각난다”, “A 씨에게 학위를 주지 못하겠다면 내 것도 가져가라” 등 총장을 비난하는 글을 잇달아 올렸다. 또 한 학생이 최 총장에게 “지금 하시는 일이 소통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달라”는 글을 올리자, 최 총장은 “박사학위는 특히 인간 됨됨이를 본다. 사회에 나가서도 인하대의 명예를 실추하는 행위를 하면 박사 학위를 박탈할 수 있다. 학칙에 나와 있다. A 씨 행위가 학칙에 벗어나면 나는 총장으로서 학위증에 서명할 수 없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학교 내부에서도 최 총장의 반응에 대해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교수 B 씨는 “최 총장이 지역사회와 소통을 유독 강조하지만 정작 교수나 직원들과 소통하지 않아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최 총장은 25일 자유게시판에 “A 씨 관련하여”라는 글을 다시 올려 “여러 논란이 일어나게 돼 유감”이라며 한 발 물러섰다. 인하대 측은 “총장이 인성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생긴 문제로 보인다. 총장이 A 씨와 면담을 진행해 글을 올리게 된 전후 사정을 들었다. 서로에 대한 오해를 풀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천지역 시민단체인 인천평화복지연대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인하대 최순자 총장 슈퍼갑질 사건, 진정성 있게 당사자에게 공개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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