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백병원-거래업체 등 압수수색
법인과 친분 내세운 업체 前대표… 의료기기 조달과정 등서 수십억 챙겨
전현직 고위층에 전달여부 수사
검찰이 학교법인 인제학원 내부에서 수년간 거액의 비자금이 조성된 단서를 포착했다. 인제학원은 서울백병원 등 전국에 5개의 종합병원과 인제대를 소유한 대형 법인이다.
26일 검찰과 인제학원 등에 따르면 부산지검 특수부는 올 2월부터 최근까지 부산백병원과 해운대백병원 내 커피숍, 장례식장 등 부대시설과 관리부서 등을 압수수색했다. 또 해당 병원과 의약품 및 의료기기, 각종 소모품을 거래해 온 업체도 압수수색해 자료를 분석 중이다.
검찰은 백병원과 특수 관계에 있는 물품 공급 업체 A사의 전 대표 B 씨를 비자금 조성의 핵심 인물로 보고 있다. A사는 인제학원 전 고위 인사가 지분을 가진 주요 협력업체다. 검찰은 B 씨가 인제학원 전 고위 인사와의 친분을 이용해 병원과 업체 간 거래에 깊숙이 개입한 단서를 잡고 B 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
특히 검찰은 백병원이 의료기기 등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B 씨가 전 고위 인사를 핑계 대며 발전기금 명목 등으로 수차례 뒷돈을 받았다는 업체 직원들의 증언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B 씨는 병원 내 부대시설을 지인이 운영하도록 돕는 대가로 이익금을 나눠 갖는 방식으로 수억 원을 받아 챙긴 혐의 등도 받고 있다. 검찰은 B 씨가 이 같은 수법으로 수십억 원을 횡령 혹은 배임한 것으로 보고 있다.
B 씨는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찰은 “여러 의혹을 확인 중이며 비자금의 용처도 일부 확인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비자금을 B 씨가 챙겼는지, 혹은 전·현직 고위 인사에게 전달됐는지를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최근 인제학원이 추진 중인 투자 건에도 주목하고 있다. 인제학원 이사회는 2월 회의를 열어 5개 백병원에 의약품 및 소모품을 공급하는 물류대행업체를 설립하기 위한 투자를 결정했다. 인제학원이 주식의 49%를 소유하는 형태로 10년간 독점 계약이다. 계약이 이뤄질 경우 연간 3600억 원 정도의 매출이 예상된다. 하지만 이를 위해 신설된 업체가 B 씨와 관련된 것으로 드러나 계약은 일시 보류됐다. 한 인제학원 이사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거래를 통해 발생한 이익을 인제학원으로 가져오기 위해 투자를 결정했지만 검찰 수사를 받는 인물이 관여된 사실은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이에 검찰은 인제학원 현 고위 인사를 최근 소환해 B 씨와의 유착 여부를 확인하는 등 수사를 전방위로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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