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업계에서 ‘1세대 무기중개업자’로 불리는 정의승 씨(76)가 해외업체로부터 해군에 잠수함 등을 들여오면서 중개수수료 1300여억 원을 해외로 빼돌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 박찬호)는 정 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재산국외도피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27일 밝혔다. 정 씨는 또 이렇게 빼돌린 재산에 대해 법인세와 종합소득세를 내지 않은 혐의도 함께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정 씨는 2001년 3월부터 2012년 8월까지 독일 방산업체들로부터 잠수함 과 군용 디젤엔진 등을 국내로 들여오는 무기거래 중개를 맡았다. 이 과정에서 정 씨가 업체들과 이면 계약을 맺어 무기중개수수료 1319억 원을 조세피난처의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를 통해 해외로 빼돌렸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예를 들어 정 씨는 해군이 독일 잠수함 제조업체 하데베(HDW)사(社)에서 잠수함을 들여오는 장보고 -Ⅰ 사업에서 업체에게서 중개수수료 697억 원을 싱가포르에 있는 은행의 차명계좌로 받아 스위스 소재의 다른 은행 차명계좌로 옮겨 관리했다. 2008년 세무조사에서 해외자금 일부가 발견되자 정 씨는 이 돈을 2009년 리히텐슈타인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 명의의 스위스 소재 은행계좌로 다시 옮기기도 했다.
정 씨는 이런 방식으로 버진아일랜드와 홍콩 등의 페이퍼컴퍼니 명의 차명계좌에 무기 중개수수료를 옮겨 관리해 왔다. 정 씨는 이렇게 빼돌린 재산에 대한 법인세, 종합소득세를 33억 원을 내지 않았다. 정부는 재판 결과에 따라 해외로 빼돌린 정 씨의 재산을 국가로 환속시킬 방침이다.
정 씨는 1993년 F-16전투기 도입 등을 골자로 한 군무기 현대화사업인 ‘율곡사업’에서 김철우 당시 해군참모총장에게 3억 원의 뇌물을 건넨 혐의로 실형을 받기도 했다.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한 정 씨는 군 전역 뒤 1977년 방산업체에 뛰어들었으며 1983년부터는 직접 무기중개업체를 세워 활동해 온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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