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시대, 변화하는 선진국 입시체제와 우리 학생부전형의 미래

  • 에듀동아
  • 입력 2016년 4월 27일 17시 19분


김철영 대표(세한아카데미,세한 와이즈컨설팅 그룹)

김철영 대표
(세한아카데미,세한 와이즈컨설팅 그룹)

○매년 높아지는 예비 글로벌 인재들의 비전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인 1997년부터 필자는 해외주재원 자녀들의 교육을 도맡아 가르치는 일을 시작해 매년 유럽, 미주, 아시아를 아우르며 30여 개 도시를 돌며 글로벌입시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 동시에 수천수만 건의 상담과 분석을 진행하면서도 항상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던 이유는 거침없는 세상의 변화와 그에 따른 학생들의 눈높이가 계속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러한 현상을 단지 학생들의 우수성이 아닌 그들을 뒷받침 해주는 선진화된 학제라고 판단하고 있다. 다양한 선택과 도전을 포용하는 교육 시스템이 학생들의 수준을 높이고 알파고 시대에 살아갈 수 있는 필요한 인재를 만들고 있는 것을 볼 때마다 우리의 입시 교육 역시 많은 고민과 발전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하는 바이다.


○독일과 일본의 공격적인 선진화 교육을 통해 미래를 보다

독일과 일본의 입시제도 및 교육 정책은 글로벌 시대의 발 빠른 대처에 대한 가장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우선 독일은 EU의 맹주로써 유럽 경제의 허브역할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교육 분야의 전폭적인 지원과 차별화가 강점이다. 연간 학비는 국공립대학의 경우 200~300불, 사립대학의 경우 25000불 정도의 수준인데 비해, 독일어가 아닌 영어 100% 수업으로 이루어진 수준 높은 학사 프로그램들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이미 독일이 세계 4번째로 해외 유학생 비율이 높은 나라이기 때문에 글로벌 인재 영입을 위해 영어 수업 및 장학금 제도, 수업료 Financial Plan 등을 강화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인근 유럽 국가뿐만이 아니라 중국 및 미국의 많은 유학생들의 증가세가 눈에 띄게 올라가고 있으며, 취업 인프라가 세계 최고 수준이기 때문에 졸업 이후의 다양한 커리어 설계를 그려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일본의 최상위권 명문대의 글로벌 인재 양성플랜은 이보다 더 도전적이며 효과적이다. 일본 문부성의 주도하에 그 동안의 ‘잃어버린 20년’을 뒤로하고 일본 유수의 대학들에서 영어 100%로 진행되는 프로그램들을 경쟁적으로 도입했다. 동경대학의 동아시아학부 및 환경과학부 프로그램을 필두로 와세다 대학이 국제교양학부, 정치경제학부, 사회과학계열, 이공학부, 문화구상학부 등 폭넓은 프로그램으로 해외 학생들을 적극적으로 선발하고 있다. 또한 게이오 대학교 역시 환경정보학부 프로그램 이외에 경제학부에서 PEARL program을 신설하여 학생들을 처음으로 선발하였다. 이러한 진로를 선택하여 졸업하는 학생들에게 현재 일본의 글로벌 기업들은 매우 적극적인 구애를 펼치고 있다. 일본 내에서 뿐만 아니라 아시아 및 해외 지부에서 역량을 펼칠 수 있는 인재를 만들기 위해 학부에서 영어 및 일본어와 전공 지식을 가르침으로써 개개인의 경쟁력을 극대화 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 주요 학제들의 입시교육 발전이 무섭다

알파고시대에 맞는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는 것은 비단 국가만의 역할이 아니다. 선진적 학제 시스템들도 천편일률적인 인재상을 거부하고 글로벌 인재를 발굴하고 양성하는데 수준 높은 연구 활동 및 논문 작성 등을 장려하는 정책을 학교 안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창의적이고 주도적인 학습 중심으로 재편하고 새로운 분야에 대한 시야를 기를 수 있도록 새로운 학과목을 만들거나 동일한 과목의 다양한 난이도를 제공해 학생 맞춤식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College Board 역시 각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30여개의 AP Subject에 Capstone 프로그램을 추가해 2년 동안 학생이 원하는 분야를 심도 있게 연구, 발표하고 논문으로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각 학교에서 발휘할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하고 있다. 국제학위인 IBDP 도 계속해서 전 세계 국제학교를 중심으로 넓게 퍼져나가고 있으며, 학생의 능력과 수준에 맞는 과목을 학생이 선택하고 그 중 학생이 깊게 공부하고 싶은 과목 하나 혹은 두 가지 이상을 융합해 심층논문(Extended Essay)을 만들며 대학의 강도 높은 연구 활동에 대처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또한 헬스케어, 스포츠매니지먼트 등 새롭게 각광받는 분야의 과목을 계속해서 만들어내 미래 인재를 양성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영국의 A-level 역시 Cambridge의 Pre-U 프로그램을 통해 수월성 교육과 2편 이상의 논문 제출로 한 분야의 전문 지식인이 되기 위한 과정을 돕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미국의 공통원서제출 시스템인 Common Application의 보완재로서 The Coalition이 학생 개인의 성적뿐만이 아닌 Digital Portfolio, 즉 동영상 및 개별 프로젝트, 소논문 등을 자유롭게 업로드 하여 학생의 모든 면을 파악하여 지원 대학에 어울릴만한 인재를 찾기 시작했다.


○학생부종합전형의 깊이(Depth)를 기원하며

우리나라의 학생부종합전형 역시 이러한 흐름을 쫓으려 과감하게 도입되었다. 수많은 개선을 통해 나름의 모양을 갖추어 가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필자는 평하고 싶다. 하지만 앞으로도 개선해야 할 점과 해당 제도의 궁극적인 지향점이 무엇인지를 새로이 고민해보아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우선 우리나라의 입시 정책 역시 일선 고등학교의 주관적인 평가와 국가 차원의 객관적인 평가를 혼합하여 학생들을 선발하는 것을 고려해볼만 하다. 전국의 고등학교 간 학업 및 환경의 차이가 판이하게 다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러한 객관적인 학력을 검정할 수 있는 대학 입학처의 필터링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각 대학 입학사정관의 인식 차이로 인해 결국은 개별적인 본고사를 서류로써 치르고 있는 것이 아닌지 등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IBDP의 경우 2년 동안의 고등학교 성적이 존재하여 학생의 성실성 및 전공적합성을 파악할 수 있으며 졸업 시험을 통해 교내 성적 및 활동에 객관성을 더하고 있다.

두 번째로 진로 탐색 과목이 없는 우리나라의 학생들이 입학사정관이 요구하는 학과 지망 이유 및 입학 이후 진로 계획을 제대로 써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수많은 학생이 대학 입학 원서 및 자기소개서를 보고 ‘꿈을 강요당하고 있다’고 이야기를 해오는 건 나만의 착각일까. 선진국들이 더욱 더 치열해지는 글로벌 마켓에서 살아남는 인재를 만들기 위해 교육 제도 및 환경을 가꾸고 있는 만큼 우리 역시 내신 몇 등급 이내에서 지원 가능한 학생부종합전형을 만들기보다 다양한 전문과정 및 수월성 과목 이수 여부부터 활동 중심의 평가, 깊이 있는 연구를 교내에서 진행하고 이를 도와줄 수 있는 시스템, 이를 평가해 전공적합성을 판단하는 대학까지 거대한 하나의 링크가 되어 학생들을 이끌어 주어야 다양한 학제 및 입시 시스템에 맞서 진정한 글로벌 인재를 육성할 수 있다고 믿는다.


○Global Apply, Global Player

이탈리아의 밀라노에서 만난 한 학생은 한국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때 인도 및 아시아 무려 3개 국가에서 공부하다 밀라노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게 되었다. 한 곳에서 오랫동안 정착해 공부하고 싶어 하지만 학생의 생각은 나의 예상을 뛰어 넘었다. 미국의 문화 및 경제, 아시아의 문화 및 자신의 정체성, 과학기술과 경영경제와의 연관성, 유럽 경제의 현황 및 경쟁력 등을 골고루 공부하길 원해 USC 및 홍콩과기대(HKUST), 이탈리아의 Bocconi 대학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WBB Program(World Bachelor in Business;국제 경영 학위)을 선택하는 과감성을 보였던 것이다.

필자는 이런 글로벌한 세계관과 진로관을 가진 학생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을 보고 있고, 이러한 학생들이 더욱 큰 꿈을 꿀 수 있게 국가와 학제, 대학이 자신들의 시스템을 매년 업그레이드 하는 것을 목도하고 있다. 두바이에서 만난 방글라데시 출신의 택시기사는 아무런 고등 교육을 받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의 고객을 상대로 거침없이 영어로 대화하면서 두바이의 관광에 대해 어필하는 것을 필자는 보았고, 실제로 영어가 가능한 인재들이 전 세계를 흘러 다니면서 자신만의 기회를 찾아다니는 현상이 정말 모든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그 어느 때보다 실감하고 있다.

이제는 우리의 내신 중심의 고교 학제와 학생부종합전형의 문제점, 평준화 중심의 교육 정책에서 벗어나 수월성 교육에 대한 정책 수립, 고등학교 과정 초반 직업 체험 및 전공 설정에 대한 적극적인 교육 정책 수립, 실용적인 영어 교육 등을 통한 글로벌을 넘어서 알파고시대에 대비하는 인재 양성 정책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동아닷컴 교육섹션 최송이 기자 songi12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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