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영어가 절대평가로 전환되면서 영어 최저학력 기준을 통과하는 수험생이 기존보다 두 배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본다. 입시업체 종로학원하늘교육에 따르면 2016학년도 수능에서 주요 대학의 수능 최저학력 기준인 영어 2등급 이내에 드는 학생은 6만9905명(12.3%)이었지만 절대평가를 적용하면 14만4984명(25.5%)으로 늘어난다.
특히 외국어고·국제고 자율형사립고 등 상위권 학생이 많은 학교에서 영어 2등급 이내에 드는 학생 비율이 급증한다. 2015학년도 수능 때 외고·국제고에서 영어 2등급 이내 비율은 57.0%였지만 절대평가 적용 시에는 86.8%로, 자사고는 34.8%에서 65.3%로 는다. 일반고는 7.6%→22.7%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대학별 영어 반영 방법은 천차만별이다. 연세대는 영어의 등급 간 환산점수 차가 크다. 1등급은 환산점수가 100점, 2등급 95점, 3등급 87.5점이다. 최하 9등급은 5점이다. 이화여대도 1등급 250점, 2등급 240점, 3등급 230점 등으로 반영해 1등급과 9등급 간 점수 차가 80점이다.
서울대는 영어 변별력을 낮췄다. 1등급은 감점이 없고 2등급부터 등급마다 0.5점씩 감점해 9등급은 총 4점이 깎인다. 고려대도 감점 방식인데 2등급 ―1점, 3등급 ―3점 식으로 감점해 9등급은 15점을 깎는다.
그러나 상위권 학생은 각 대학이 영어를 어떤 방식으로 반영하고 변별력을 얼마나 뒀는지에 상관없이 90점을 넘어야 한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최상위권 학생은 1, 2점 차로 당락이 좌우되므로 영어 1등급을 받지 못하면 최상위권 대학에 합격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영어를 소홀히 할 수 없는 건 다른 대학을 준비하는 학생에게도 마찬가지다. 2018학년도 수능 영어는 쉽게 출제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도 여러 차례 강조했고 절대평가로 전환되는 첫해인 만큼 어렵게 나오면 반발이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최상위권은 대부분 90점을 넘을 것이다. 평소 영어 점수가 1, 2등급을 왔다 갔다 하는 중상위권 학생이 실수로 한 문제라도 틀려 등급이 내려간다면 치명적이라는 뜻이다. 영어가 중하위권인 학생도 수학이나 국어보다는 영어가 상대적으로 점수 따기 쉬우므로 공부를 포기하면 안 된다.
상위권 학생에게는 변별력이 영어보다는 다른 과목에서 더 생기므로 공부 시간 배분에 주의해야 한다. 인문계열 학생은 국어와 수학이, 자연계열은 수학과 과탐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진다. 상위권은 인문계열이나 자연계열에 상관없이 수학 성적을 잘 받는 게 제일 중요하다.
특히 서울대 정시에서는 수학의 영향력이 절대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대는 국어 100점, 수학 120점, 탐구는 80점을 반영하고 영어는 감점 부여 방식을 택했다. 이종서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인문계열과 자연계열 모두 국어 수학 탐구 등 3개만 반영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특히 배점이 가장 높고 실력차가 두드러지는 수학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영어의 절대평가 전환으로 수시에서는 학교생활기록부 비교과영역과 논술·구술면접의 영향력이 매우 커질 것으로 보인다. 예전에는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맞추지 못해 탈락하는 학생이 꽤 있었지만 절대평가는 그 인원을 줄일 것이기 때문이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이사는 “좋은 대학에 가길 원하는 학생 입장에서는 영어 90점은 기본이고 수능, 학교 내신, 학생부 비교과, 논술·적성고사, 구술면접 모두 소홀히 할 수 없는 입시인 셈이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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