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학생부 종합 전형, 사교육 부채질”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30일 03시 00분


각종 경시대회-인증 자격증 등… 학교 교육만으론 준비 어려워
학부모 경제력에 좌우될 위험… 시민단체 “평가기준 등 보완을”

대학 입시에서 급격히 확대되고 있는 ‘학생부 종합 전형’이 공교육 정상화에 기여하겠다는 원래 취지를 벗어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학생부 종합 전형을 준비하는 데 학부모와 사교육의 영향력이 크게 미치고 있어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9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학생부 종합 전형은 2011학년도에 전체 대입 정원의 9.6%(3만6896명)를 선발하는 데 그쳤지만 매년 꾸준히 증가해 2017학년도에는 20%를 넘어섰고, 2018학년도에는 23.7%(8만3666명)를 선발할 예정이다. 특히 서울 주요 16개 대학의 2018학년도 학생부 종합 전형의 비중은 42.6%에 이른다.

학생부 종합 전형은 학교생활기록부, 자기소개서, 교사추천서 등 다양한 자료를 활용해 지원자의 소질과 능력, 성장 잠재력 등을 평가하는 방법이다. 교과 성적 이외에 동아리나 봉사활동 등 비교과 활동까지 평가한다.

문제는 다양한 분야에 걸친 비교과 영역을 평가하다 보니 학생의 노력이나 능력이 아닌 사교육과 학부모의 도움으로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서울 강북지역의 한 교사는 “교내 경시대회는 내신 시험보다 훨씬 어려워서 사교육을 받은 학생에게 유리하고, 영어 말하기 대회 등은 외국 생활 경험이 있거나 조기교육을 받은 학생에게 유리하다”며 “결국 학생부 종합 전형이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은 부모를 둔 학생에게 유리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도 이 전형에 포함된 일부 요소가 학부모의 개입과 사교육을 유발한다며 교내 경시대회, 각종 인증 자격 등을 평가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학생부 종합 전형에 있는 자기소개에서 자격 취득 여부에 대해 작성이 가능한 ‘경제이해력 검증시험(TESAT)’ ‘국어능력인증시험’ ‘한국사 인증’ 등을 준비하려면 학교 교육과정만으로는 어려워 사교육을 받아야 하는 실정이다. 독서활동도 학생이 지원하려는 대학과 전공에 맞춰 사교육 기관을 통해 관리를 받기도 한다.

비교과 활동의 평가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것도 문제다. 독서는 얼마나 해야 하는지, 동아리 활동은 무엇으로 몇 개를 해야 하는지, 교내 수상 실적은 몇 건이 필요한지 등을 가늠하기 어려워 과열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학생부#대입#사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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