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산하 오즈칸연구소는 지난해 10∼11월 4주간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과 함께 ‘말라리아 모의 진단’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아프리카 빈국(貧國)에서 주로 발병하는 말라리아는 숙련된 의료 전문가가 최소 1000개의 적혈구를 일일이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단한다. 오즈칸연구소는 일반인의 진단도 방대한 양이 모이면 정확성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테스트베드로 인터넷 사용이 활발한 한국을 택했다.
이 프로젝트에는 한국 중고교생 2700여 명이 참여했다. 교육부터 진단 활동까지 드는 시간은 일주일에 2시간. 사이트에 접속해 미리 교육받은 대로 적혈구 형태에 따라 말리리아 여부를 체크만 하면 됐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관계자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연구소 측은 가설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성과를 거두고, 참여 학생들은 국제 구호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인터넷으로만 이뤄진 활동”이라며 학교생활기록부에 반영되는 봉사활동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클릭 한 번만으로도 타인을 돕고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마이크로(micro) 볼런티어’라고 불리는 이런 활동은 해외에서는 주요 봉사 유형으로 자리 잡았다.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61.2%) 봉사를 못한다는 한국인들에게 적합하다. 아직 공식적인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활동 종류와 참가자는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카카오가 진행하는 ‘같이가치 위드(with) 카카오’는 온라인으로 쉽게 참가할 수 있다. 도움이 필요한 사안에 대해 일반 누리꾼이 직접 모금을 제안해 누리꾼 500명 이상의 서명을 받으면 카카오와 전문기관이 심사한 후 실제 모금을 진행하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주제는 ‘장애인 무용수 댄스용 휠체어 지원’ ‘미등록 이주아동 미술치료 프로그램 운영’ 등 다양하다. 2008년부터 현재까지 총 모금액은 118억 원에 이른다. 참가자들이 조금씩 데이터를 더해가며 지도를 완성해가는 ‘커뮤니티 매핑 프로그램’도 마이크로 볼런티어의 일종. 지도 제작용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은 참가자들의 작업이 모여 ‘지체장애인 이동용 지도’ 같은 특수 목적의 지도가 완성된다.
짧게는 하루 몇 분간의 활동으로도 충분하다. 영국의 마이크로 볼런티어 전문 사이트인 ‘헬프 프롬 홈(Help from home)’은 1분 이내, 5분 이내, 10분과 20분 이내에 수행할 수 있는 봉사활동을 구분해 소개한다. 한채연 서울시자원봉사센터 대리는 “긴 시간을 내기 힘든 직장인이나 육아로 발이 묶인 부모, 거동이 불편한 노약자도 손쉽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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