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서 받은 연구지원금을 허위 세금계산서를 이용해 2억여 원을 빼돌린 전직 유명 사립대학교 부설 연구원장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중랑경찰서는 2007년부터 10년간 150억 원의 연구비를 지원하는 HK(인문한국)지원사업을 수주해 매년 15억 원씩 집행하는 과정에서 2억1300만 원을 가로챈 혐의(사기 등)로 김모 전 연구원장(69) 등 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일 밝혔다. HK지원사업은 교육부 산하 한국연구재단이 대학 부설 연구소에 정부출연금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지원금은 연구목적 외에는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연구비 집행내역에 대한 감사체계가 허술한 점을 악용했다. 먼저 네 곳의 거래업체에서 납품받지 않을 물건을 구입한 것처럼 허위로 전자세금계산서를 발급받은 뒤 교내 산학협력단에 지급요청을 했다. 산학협력단이 업체에 물품대금을 입금하면 연구원은 거래업체들로부터 부가가치세 등 세금과 수수료를 공제한 금액을 현금으로 돌려받았다. 이런 방식으로 김 전 원장 등이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현금화한 금액은 2억1300만 원에 이른다.
김 전 원장은 이 돈을 직접 관리하며 일부 직원들에게 연말 격려금으로 한 사람당 50만~200만 원씩 주고 제자 2명에게는 어학연수비·항공료 등으로 6000만 원 상당을 지원했다. 김 전 원장이 퇴직한 뒤에는 회계 실무자였던 전 총무부장 최모 씨(59)와 총무과장 오모 씨(40)가 사기행각을 ‘대대로’ 물려받았다.
이들은 사적인 용도로도 수천만 원을 사용했다. 최 씨는 승용차 구입비로 1500만 원을 썼고 총무과장도 1100만 원을 자신의 개인계좌로 이체했다. 경찰이 압수해 공개한 회계장부에는 100만 원 상당의 김치냉장고와 전기매트 구입비 등도 포함돼 있었다.
경찰은 “연구기관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해 국민의 혈세로 조성된 거액의 정부출연금을 ‘눈먼 돈’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이 더욱 체계적인 정밀감사를 통해 경각심을 고취시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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