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의 명의를 도용해가면서 2년 여간 수면제 1만4000여정을 불법으로 처방받은 20대 여성 두 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노원경찰서는 2013년 7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다른 지인 24명의 인적사항을 도용해 자신이 자주 다니던 병원에서 1036회에 걸쳐 ‘할시온’ 등 불면증 치료제 1만338정을 처방받은 칵테일바 종업원 이모 씨(25·여)를 구속했다고 9일 밝혔다. 친구 전모 씨(25·여)도 11명의 인적사항을 도용해 369회 처방전을 발급받아 3649정을 처방받은 사실이 드러나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이 타인 명의로 약을 타가려는 것을 알면서도 처방전을 발급해준 의사 네 명도 함께 불구속 입건됐다.
단기 불면증 치료제로 사용되는 할시온은 항정신성의약품 성분이 포함돼있어 의사의 처방이 없으면 살 수 없다. 하루에 한 정씩 최대 2~3주 만 처방하는 것이 원칙이다. 오랜 기간 많은 양을 복용하면 의존성과 금단증상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
하지만 불면증을 호소하던 이 씨와 전 씨는 “처음에는 한 알로 충분했는데 점점 많은 양이 필요했다”며 수면제를 상습투약하게 됐다. 주로 야간에 근무하는 이 씨는 수면제를 처방받기 위해 처방전을 위조했다가 처벌받은 적도 있었다.
의사인 유모 씨(60)는 이들이 자신의 병원을 33명의 명의를 도용해 찾으면서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의약품을 처방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유 씨는 요양급여비를 받기 위해 이를 묵인하고 이 씨와 전 씨에게 286회에 걸쳐 수면제 2800여정을 불법으로 처방해줬다. 안모 씨(52) 등 다른 의사 세 명도 수십 회에 걸쳐 이들에게 불법처방전을 내줬다. 이 씨와 전 씨는 다른 병원의 의사들에게서도 수면제를 처방받았지만 의사 대부분은 이들이 명의를 도용했다는 사실을 몰라 입건되지 않았다.
경찰은 이 씨와 전 씨가 이렇게 처방받은 의약품을 불법판매 등 다른 용도로 사용했는지도 추가 수사 중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는 병원이 허위처방전으로 부정 수급한 요양급여비를 모두 환수하도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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