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난 지 13개월 된 서연이(가명)는 사시(斜視)가 심하고 머리 균형이 맞지 않는 장애아이다. 현재 서연이를 돌보고 있는 홀트아동복지회 소속 위탁모 고기숙 씨(51)는 최근 한 달여 동안 국내 양부모 후보자 세 명에게 연달아 아이를 보여주면서 마음이 무척 아팠다. 그들이 서연이를 보자마자 고개를 가로저었기 때문이다. 고 씨는 “우리나라는 여전히 아픈 아이의 입양을 꺼리는 분위기인데, 입양 허가가 난 후 5개월 동안은 무조건 국내 위주로 찾아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아이도, 나도 상처를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다행히 서연이는 얼마 전 중국계 미국인 부모에게 입양 보내기로 결정됐다.
11일은 올해로 11회를 맞는 입양의 날. 지난해 총 1057명의 아동이 입양됐는데, 이 중 683명(64.6%)은 국내에서, 374명(35.4%)은 해외에서 가정을 찾았다. 입양 문화가 과거보다 성숙했다고는 하지만 장애아 입양을 꺼리는 사회적 인식은 여전하다. 지난해 건강에 이상이 있는 아동 중 국내 입양은 24명이지만, 해외 입양은 99명이나 됐다. 정부가 해외 입양을 통제하지 않던 시절인 2002년에는 해외로 입양 간 장애아가 827명이었고, 국내로 입양된 장애아는 단 16명뿐이었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지침을 통해 △입양 허가가 난 아이는 우선 5개월 동안 국내 입양을 시도하도록 하고 △입양을 주선하는 기관은 해외 입양을 국내 입양 성사 건수의 3분의 2 이내로 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한 입양기관 관계자는 “이 같은 제약으로 인해 아동이 국내외 어느 가정에도 못 간 채 보육원에 남게 된다면, 입양을 시설 보호보다 강조하는 헤이그국제아동입양협약의 정신에도 어긋난다”며 “장애아만이라도 해외 입양 활로를 더 열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유미숙 숙명여대 아동복지학과 교수는 “미국이나 캐나다 등은 입양을 ‘아동의 복지’로 인식한다”며 “부모가 아닌 아동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국내 장애아 입양이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경숙 한신대 재활학과 교수(심리학)는 “장애아 입양 가정에 대한 정부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은 장애아 양육에 따른 정부 보조금이 월 60만 원 내외에 불과하고,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의료비 부담이 크다. 반면 미국은 장애 아동 의료비를 대부분 보험으로 처리할 수 있고 장애 입양아 대상의 의료 및 생활 적응 등을 컨설팅해주는 인프라가 탄탄히 구축돼 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 남아 입양을 꺼리는 기조는 여전해 지난해 국내 입양 중 여아가 461명(67.5%)을 차지했고, 남아는 222명(32.5%)에 불과했다. 반면 해외 입양의 경우 남아 287명(76.7%), 여아 87명(23.3%)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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