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1년 우리는 달라졌나]과도한 공포증, 행동은 불감증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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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두려운 감염병, 메르스 63%-지카 61% 꼽아 ‘트라우마’
감염 확산 낳은 ‘상급병원 의료쇼핑’ 39%→41% 되레 늘어

사망자 38명에 학교 2700곳 휴업, 사회경제적 손실 10조 원(정부 추산) 등 전국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시작된 지 이달 20일(첫 확진 환자 발생일)로 1년을 맞는다. 2015년 이날 이후 두 달 동안 대한민국의 일상은 무너졌다. 사람이 모이는 공식 비공식 행사, 여행이 줄줄이 취소됐고 관광객이 급감하는 등 내수는 급격히 위축됐다. 메르스 외에 정부의 다른 정책들은 ‘올 스톱’ 됐을 정도였다.

국가 재난 사태에 버금가는 혼란을 겪은 지 1년. 한국 사회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메르스의 교훈은 현장에서 작동하고 있을까. 동아일보는 한국헬스커뮤니케이션학회, 한국PR학회와 성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메르스 1주년 국민 감염병 인식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국민들은 아직 메르스를 가장 두려운 감염병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응답자들은 메르스를 가장 두려움을 느끼는 감염병(63%·복수응답)으로 꼽았다. ‘정부가 방역망을 짜는 데 가장 신경을 써야 하는 감염병’으로도 메르스가 1순위(63%)였다.

하지만 머리로 느끼는 공포가 감염병에 대비한 실천으로는 이어지지 못하고 있었다. 지난해 메르스 대량 확산의 원인으로 지적됐던 환자의 무분별한 의료 쇼핑 행태와 응급실 과밀화, 부실한 감염 관리 등은 거의 바뀌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메르스 사태 직후 반짝 좋아지는 듯했지만 원점으로 돌아온 셈이다. 1, 2차 병·의원 의사가 상급병원 진료를 권하지 않는데도 본인 판단에 따라 서울의 대학병원 진료를 받는다는 사람이 41.6%로 메르스 이전(39.6%)보다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메르스 후유증도 아직 진행 중이다. 메르스를 겪은 확진자, 사망자의 유가족들은 아직도 상당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80명이 넘는 사람에게 메르스를 전파한 것으로 추정돼 ‘슈퍼 전파자’로 불렸던 14번 환자는 11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나의 병력을 알아볼까 봐 항상 두려운 마음으로 살았다. 지금도 흰색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환상처럼) 보일 때가 있다”며 “정부가 나 같은 사람이 다시는 생기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혜진 헬스커뮤니케이션학회장(한양대 광고홍보학과 교수)은 “감염병에 취약한 병원 문화를 바꾸려면 장시간의 캠페인과 구조 개선이 필요한데, 정부가 지난 1년 동안 방역망을 짜는 데만 집중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메르스#공포증#불감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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