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공헌도가 높고 청렴하면서 존경과 신뢰까지 받는 직업은 무엇일까? 20년 전만 해도 의사를 꼽는 사람이 가장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소방관을 먼저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일은 힘들고 대가는 적어 대표적 기피 직업이었던 ‘환경미화원’에 대한 평가도 시간이 지나면서 크게 달라졌다.
인하대 사범대 김흥규 명예교수와 인하대 학생생활연구소 이상란 박사는 최근 한국인의 직업관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2014년부터 약 2년에 걸쳐 수도권에 사는 고교생과 대학 재학생, 일반 성인 124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44개 직업을 대상으로 △국가·사회적 공헌도 △청렴도 △존경도 △준법성 △신뢰성 등 5개 부문에 걸쳐 점수(10점 만점)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1996년을 시작으로 2001, 2009년에 이어 이번이 4번째 조사다.
이번 조사에서는 소방관이 평균 8.41점으로 전체 1위를 차지했다. 소방관은 1996년 조사 때 3위였다. 당시 1위는 의사였다. 2001년 처음 1위로 평가된 소방관은 이번까지 3차례 1위를 했다. 대형 재난 현장에서 보여준 투철한 직업의식과 헌신적 자세가 언론에 자주 보도된 영향으로 분석됐다.
반면 1996년 35위에서 2001년 최하위인 44위로 떨어진 국회의원은 2009년에 이어 올해도 꼴찌를 면하지 못했다. 올해 평균 점수는 4.17점. 김 교수는 “정치와 국회가 제구실을 하지 못한다는 국민적 분노가 커지면서 국민들은 ‘고비용 저효율’의 상징처럼 느끼고 있다”며 “공동체를 위한 의식, 헌신성이 떨어져 신뢰를 받지 못한다”고 분석했다.
환경미화원은 국가·사회적 공헌도와 청렴도, 신뢰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1996년 39위(5.49점)에서 올해 2위(7.45점)로 상승했다. 최근 환경미화원 채용 경쟁률이 수십 대 1에 이르고 고학력자가 대거 몰리는 현상은 이런 시선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성직자인 목사와 스님, 신부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신뢰와 존경도는 계속 하락했다. 1996년 목사 17위(6.3점), 신부 23위(6.23점), 스님 33위(5.78점)였는데 올해 목사 34위(6점), 신부 24위(6.31점), 스님 29위(6.19점)를 기록했다.
이번 조사는 해당 직업군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응답자의 평가를 분석한 것이다. 이 때문에 희망 직업에 대한 선호도와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올 3월 인구보건협회가 20∼50대 기혼 남녀(1335명)를 대상으로 자녀의 희망 직업을 조사한 결과 37.2%가 공무원을 1순위로 꼽았고 의사(16.5%), 교사(14.8%), 법조인(7.5%), 연예인(3.8%) 등의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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