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한 대학에서 축제 공연을 보던 여대생 2명이 채광창 위에 올라갔다가 지하로 떨어져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2014년 ‘판교 환풍구 추락사고’와 쌍둥이처럼 닮은 일이 벌어지자 시민들의 희박한 안전 의식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6일 오후 10시경 부산 남구 부경대 잔디광장에서 열린 대학축제에는 한 인기 걸그룹이 초대 가수로 등장했다. 잔디광장에 미처 자리를 잡지 못한 부경대 1학년 박모 씨(19·여) 등 2명은 무대를 보기 위해 환경해양관 건물 1층 창가에 설치된 1.6m 높이의 채광창 위로 올라갔다. 한 학생은 “잔디광장에 사람이 너무 많아 10명이 훨씬 넘는 학생이 채광창에 올라가서 공연을 봤다”고 했다. 이들이 채광창 위에서 30분가량 공연을 본 뒤 차례로 내려오면서 상황은 무사히 끝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박 씨 등 2명이 내려오던 순간 갑자기 “우지직” 하는 소리와 함께 채광창이 부서졌고 이들은 7m 아래 지하로 추락하고 말았다. 박 씨 등은 머리와 다리, 어깨 등에 다발성 골절상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흥겨운 공연을 보기 위해 위험한 곳에 올라갔다가 사고를 당했다는 점이 2014년 10월 16명의 사망자를 낸 경기 성남시 판교 테크노밸리 유스페이스 야외공연장 무대 환풍구 추락사고와 닮은꼴이다. 행사 당시 축제 주최 측이나 대학 관계자들은 채광창 주변을 통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채광창이 올라간 사람들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부서진 것으로 추정된다”며 “안전사고 통제나 채광창 시공 등에 과실이 확인되면 관련자를 입건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인터넷 등에서는 일반 시민의 안전의식을 먼저 되돌아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1.6m 높이의 채광창은 바로 옆의 에어컨 실외기를 밟아야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결국 피해자 스스로 위험한 곳을 찾아간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환풍구가 큰 무게를 지탱할 수 없다는 것을 제대로 몰랐을 수 있는 판교 사고와 달리 투명한 플라스틱 채광창이 성인 1명의 몸무게도 버티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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