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에게 털린 도둑, “강도 당했다” 신고…나란히 붙잡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19일 15시 54분


오모 씨(55)는 취객을 부축하는 척하면서 주머니를 뒤지는 ‘부축빼기’ 전문가다. 지난해 10월 15일 새벽, 그는 서울 중랑구의 한 술집 앞에서 만취한 남성을 상대로 기술을 구사했지만 텅 빈 주머니에 허탈해하며 발길을 돌렸다. 순간 누군가가 “나 형사다!”라며 그를 덮쳤다.

자칭 형사는 오 씨에게 주먹질을 한 뒤 “신분증을 달라”고 다그치며 지갑을 압수했는데 낌새가 이상했다. ‘형사’가 지갑에서 현금 35만 원을 빼 자신의 주머니에 넣은 것이다. 알고 보니 그 역시 부축빼기 절도범 김모 씨(50)였다. 오 씨는 반격을 가했고, 김 씨는 훔친 돈 일부를 떨어뜨리고 달아났다.

분이 풀리지 않은 오 씨는 경찰에 “강도를 당했다”고 신고했다. 물론 자신의 범행은 감췄다. 하지만 오 씨의 부축빼기 장면은 폐쇄회로(CC)TV에 생생히 찍혀 있었다. 서울 중랑경찰서는 당일 오 씨를 절도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도주한 김 씨도 최근 붙잡혀 강도 혐의로 구속됐다고 경찰은 19일 밝혔다.

홍정수기자 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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