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의 끝 숫자 4, 9일에 서는 대전 유성오일장은 부산 구포장, 인천 강화장, 성남 모란장, 김포 김포장, 제주 민속오일장과 함께 전국 도심에서 열리는 오일장 중에는 규모가 매우 큰 편이다. 유성오일장은 기록상으로는 1910년대부터 시작됐다. 1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것이다.
○유성오일장은 대중교통으로
유성오일장은 광복 후부터 1970년대까지는 포목, 청과, 기물, 잡화 등이 주류였다. 현재에는 1만2000m² 규모에 400여 개의 상설점포가 있지만 장이 서는 날에는 노점만 1000여 개로 늘어난다. 평일 장날에는 1만여 명, 주말이나 휴일이 겹치는 장날이면 인파가 넘친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도 대전은 물론 충남 공주, 논산, 금산, 조치원 등 다양하다. 요즘에는 60, 70대 할머니들이 직접 캔 봄나물이 대세다. 강아지와 병아리, 염소 등도 새로운 주인을 만나기 위해 나와 있다.
유성오일장을 가장 편하고 여유 있게 즐기는 방법은 지하철이나 시내버스를 이용하는 것이다. 전통시장인 데다 도로도 좁아 승용차를 이용하면 고통이 뒤따른다.
지하철은 유성온천역보다 구암역이 훨씬 가깝다. 시내버스는 312번(원내동∼복수동∼도마동∼월평동∼유성∼목원대)이나 704번(신탄진 보훈병원∼테크노밸리∼대덕연구단지∼구암역∼도안신도시∼원내동)을 이용하면 된다. ○ 50년 전통 청국장에서부터 막국수까지
구암역 주변은 본보 ‘대전의 맛있는 정거장’ 1∼5회 시리즈역(반석, 지족, 노은, 월드컵경기장, 현충원)과는 달리 50년 넘어선 청국장집을 비롯해 붕어찜, 메밀국수 등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고 있는 맛집들이 많다.
구암역에서 걸어서 3분, 유성시외버스터미널 뒤편에 있는 삼오식당(042-822-1876)은 이 자리에서만 53년째 청국장을 띄우고 있다. 주인 할머니는 허리가 80도 정도 구부러져 간단한 서빙만 하고 주방은 딸 김성규 씨에게 넘겨줬지만 청국장을 띄우는 것만은 도맡아 한다. 청국장찌개는 별도 멸치나 버섯 육수를 내지 않고 신선한 무를 사용한다. 밥은 기장을 섞어 그때그때 지어 손님상에 내놓는다, 김도 들기름과 천일염을 직접 구입해 굽는다. 청국장 1인분 6000원.
구암역에서 가수원 방면으로 200m쯤 걷다 보면 왼쪽으로 길옆으로 나란히 유명한 식당 두 곳이 있다.
한 곳은 금강참붕어찜(825-7800), 다른 한 곳은 보리굴비백반을 판매하는 서원(822-1272)이다. 금강참붕어찜의 주메뉴는 붕어찜과 참게·메기, 잡어매운탕. 붕어찜은 여느 식당처럼 시래기를 사용하지만 섬유 질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부드럽다. 물에 담가 삶아낸 뒤 줄기 밑동 부분을 일일이 껍질을 벗겨낸 결과이리라. 붕어는 2년쯤 자란 양식으로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은 딱 먹기 좋은 놈으로 활어 상태에서 요리한다. 붕어찜 1인분에 1만2000원, 매운탕은 7000원.
서원보리굴비를 먹어본 사람들은 대전에선 웬만하면 만나보기 힘든 맛이라고 평가했다. 보리굴비란 해풍(海風)에 말린 참조기를 항아리에 담고 보리를 채워 곰팡이가 나지 않게 숙성시킨 것이라 해서 붙은 이름. 녹차 물에 밥을 말아 꼬들꼬들한 보리굴비를 한 점 올려놓으면 별미다. ㈜맥키스컴퍼니 김규식 전무는 “이곳 보리굴비는 호남이 고향인 주인장 색깔이 담겨 있다. 젓갈이나 갓김치를 곁들이면 더욱 풍미가 오른다”고 말했다. 1인당 가격(2만9000원)이 쉽지 않지만 가격 대비 만족도는 높은 편이란다.
구암역 바로 옆에 있는 양반고을 메밀촌(822-8257) 막국수가 가격 대비 만족도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막국수는 메밀 속살만을 곱게 갈아 만든 냉면과는 달리 껍질째 갈아 ‘막국수’라는 말이 붙었다. 텁텁한 식감에 구수한 향이 더해 고향 같은 맛이다. 평가단 멤버인 궁중요리전문가 김미홍 씨는 “막국수와 얼갈이 배추김치를 휘감아 입안에 넣으면 맵지도 짜지도 않은 중용 맛”이라고 했다.
구암역 인근의 늘푸른쌈밥(823-3366)도 유기농 신선채소를 맘껏 먹을 수 있어 단골손님을 많이 확보하고 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이 시리즈는 매주 금요일 게재됩니다. 다음 주는 유성온천역 주변 맛집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맛집을 추천해주세요(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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