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성희]환경부와 고등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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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없는 사람들도 배불리 먹을 수 있게/나는 또다시 바다를 가르네/…/가난한 그대가 날 골라줘서 고마워요/수고했어요 오늘 이 하루도.’ 박사 가수 루시드 폴의 노래 ‘고등어’의 가사처럼 고등어는 서민이 즐기는 생선이다. ‘한밤중에 목이 말라 냉장고를 열어보니/한 귀퉁이에 고등어가 소금에 절여져 있네….’ 1980년대 가수 김창완은 냉장고 속 고등어를 보고 어머니의 사랑을 느꼈다며 ‘어머니와 고등어’를 불렀다.

▷고등어를 구울 때 미세먼지가 엄청나게 나온다는 연구 결과가 화제다. 꽉 막힌 부엌에서 고등어를 구울 때 나오는 초미세먼지(PM2.5) 수준이 ‘매우 나쁨’ 발령 기준의 27배나 된다는 것이다. 언론은 ‘고등어구이 주의보’라고 이름 붙였다. 구이는 그렇다지만 고등어조림이나 김치찌개는 어떤지 모르겠다. 삼겹살이든 계란프라이나 볶음밥이든 불과 씨름하는 요리를 할 때는 미세먼지가 나올 수밖에 없다. 포름알데히드, 휘발성 유기화합물, 블랙카본, 일산화탄소 등 조리 과정에서 나오는 여러 화학물질은 실내 공기오염의 주요 원인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매년 700만 명이 공기오염 때문에 목숨을 잃는다. 이 가운데 실내 오염으로 숨지는 사람이 430만 명(2012년)이다. 질소화합물, 오존, 꽃가루 같은 실외 오염원보다 먼지, 라돈, 알레르기 유발 물질 같은 실내 오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뜻밖에도 더 많다. 사람들은 대부분 하루 중 80%를 실내에 있으므로 실내 오염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다행히 조리 때 나오는 오염물질은 단 15분만 환기하면 없앨 수 있다.

▷환경부가 고등어와 볶음밥 등 5개 음식 조리 과정에서 나오는 오염물질 조사를 한 시기가 지난해 5∼11월. 그런데 “미세먼지에 대해 환경부가 도대체 뭘 했느냐”는 여론이 들끓자 환경부는 갑자기 이 실험 결과와 함께 ‘주방 요리 시 실내 공기 관리 가이드’를 발표했다. 미세먼지 발생원이 중국발(發) 오염원이나 경유 차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해 책임을 희석시키려는 의도는 아닌지 의심스럽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고등어#미세먼지#환경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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