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심심찮게 해상오염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그나마 대형 사고가 아니라 다행이지만 늘 불안하다. 태안 기름유출사고가 2007년 12월 7일에 발생하였으니 내년이면 10년이 된다. 당시 수많은 사람이 기름을 일일이 제거하던 장면이 아직도 눈에 생생하다. 일부 기름은 추자도 인근까지 떠내려갔다. 지금까지도 피해보상은 마무리가 안 되고 소송을 통해 진행 중이다.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IOPC펀드)의 최근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년 동안 국제기금이 보상한 전 세계 오염사고 41건 중 10건이 한국에서 발생한 사고였다. 누가 봐도 오염사고가 자주 나는 국가라는 점이 자명하다. ‘국격’에 전혀 맞지 않는 일이라 할 수 있다. 기름유출사고는 어느 나라에서나 발생한다. 미국도 6년 전 멕시코 만 사고로 홍역을 앓았고, 황해에서 유전 개발이 활발한 중국은 물론이고 프랑스, 스페인과 같은 유럽 국가도 과거 사고에서 예외 없이 큰 피해와 사회 혼란을 겪었다.
사고는 언제든 또다시 발생할 수 있다. 거의 모든 선박이 운항하지 못하는 극심한 해상 조건에서는 방제 작업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기상 악조건을 어느 정도 견디는 대형 선박을 보유하고 있다면 피해를 많이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이웃 국가 일본의 경우에 국토교통성이 보유한 4000t급 방제선 3척을 니가타, 나고야, 기타큐슈 등 세 해역에 배치하여 평시에는 준설선의 업무로 운영비를 보전하며 대형 사고 시 유출된 기름을 회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좋은 기상 조건에서는 사고가 잘 발생하지 않거니와 발생하더라도 현재 보유한 방제 자원들로 대부분 수습이 가능하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대부분의 대형 기름유출사고는 기상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주로 발생했다. 1995년 여수 소리도 해상에서 발생한 시프린스호 사고도 태풍에 의한 좌초였으며, 2007년 태안 허베이스피릿호 사고 역시 악천후에 발생한 충돌 사고로 그 직후 대부분 중소형 규모인 방제선들은 높은 파고로 사고 지점에 접근하기 어려웠다.
대략 10년 간격으로 발생해온 우리나라의 대형 기름유출사고 이력을 보더라도 최근 들어 자주 발생하는 오염사고에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 없다. 다시는 우리나라에서 대형 기름유출사고가 나지 않기를 그 누구보다 간절히 바라고 있지만 만에 하나 기상이 안 좋더라도 피해를 최대한 줄일 수 있는 든든한 대형 방제선이 우리 바다에도 떠 있었으면 하고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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