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시선/김혜태]저수조 세척 지침을 만들자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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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태 대구보건대 보건환경과 교수
김혜태 대구보건대 보건환경과 교수
온 국민을 불안하게 한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여파가 가시지 않은 요즘 또다시 국민을 경악하게 만든 소식이 경북 구미시에서 들려왔다. 아파트 옥상 저수조에서 열흘 정도 지난 시신이 발견된 것이다. 두 사건은 다른 듯하지만 닮은 점이 많다. 물을 담아두는 용기의 문제라는 것과 보건위생에 관한 국민적 관심을 일시에 증폭시킨 점이다. 세척에 관한 지침이 부실했다는 점도 닮았다.

미생물은 적당한 기질과 온도, 습기가 있으면 언제든지 번식한다. 저수조는 가습기보다 이런 조건을 훨씬 더 충족시킬 개연성이 크므로 엄중한 관리가 필요하다. 저수조는 서울에만 약 3만 개가 있다. 위생 상태가 현장별로 다르다고는 하지만 심각한 곳도 많다. 저수조 안에서 녹이 쓴 철골, 물때와 이끼는 차치하고 벌레가 서식하고 있거나 심지어 죽은 쥐도 발견된다고 한다.

고층 아파트는 입주자들이 2, 3일 정도 사용할 수 있는 물을 채워둔 저수조에서 직접 고압펌프로 물을 공급한다. 반면 낡은 저층 아파트들은 그러지 못해 대개가 옥상에 별도의 저수조를 두고 있다. 관건은 지하든 옥상이든 저수조가 제대로 관리되고 있는가이다.

현행 수도법에는 저수조의 설치 기준에서 저수조의 뚜껑은 잠금장치를 해야 한다고 되어 있는데, 이는 우발적이든 고의적이든 심대한 주민의 피해를 막기 위함이다.

잠금장치 못지않게 우려되는 것은 저수조의 세척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이 없다는 점이다. 저수조는 수도법에 의거해 반기에 1회 이상 청소를 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저수조의 상태와 수질 기준만 규정할 뿐 세척에 관한 구체적 지침은 없다. 그러니 청소에 참여한 사람들이 “솔질 몇 번 하고 끝냈다”고 말할 정도다. 사용 가능한 세척제, 살균소독제의 범위와 헹굼 등 처리에 관한 구체적 매뉴얼이나 가이드라인이 없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저수시설 세척 기술은 진화하고 있다. 노출된 표면은 물론이고 밀폐 부분에 효율적인 공법과 세척 및 소독 능력을 갖추면서도 인체와 환경에 영향을 줄이는 제품들이 개발되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해 앞으로 저수조 청소업체들도 만족할 수 있는 저수조 세척 지침을 만들어야 한다. 국민 절반 이상이 아파트에 살고 있다. 정수장에서 수돗물 고도처리에 아무리 예산을 퍼부어도 물을 사용하는 곳이 청결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더 늦기 전에 최적의 방도를 찾아야 한다.

김혜태 대구보건대 보건환경과 교수
#가습기 살균제#저수조 시신#보건위생#저수시설 세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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