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도심진입 경유차에 최대 172만원 과태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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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미세먼지 대책]유럽 등 통행제한 조치
베를린, 기준 통과해야 ‘운행 스티커’
홍콩, 경유택시 신규등록 금지

환경부와 서울시가 ‘서울스모그’를 줄이기 위해 추진하는 ‘경유차 통행 제한’은 유럽 등 선진국에서 일찌감치 시행돼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업계 반발 탓에 수년째 제자리를 맴돌아 온 국내 경유차 대책과는 대조적이다.

영국 런던은 2008년 7월부터 3.5t 이상 경유차의 도심 통행을 제한하고 있다. 런던 시내 곳곳엔 경유차 운행 제한을 알리는 표지판과 감시 카메라가 설치돼 있다. 카메라에 위반 차량이 포착되면 미리 당국에 등록된 차량의 차종과 미세먼지 배출량을 대조해 최대 1000파운드(약 172만 원)까지 부담금(과태료)을 물린다. 내년부턴 통행 제한 지역을 런던 시 전체로 확대하고, 대상도 3.5t 이하 전체 경유차로 늘린다.

독일 베를린은 한발 더 나아가 경유차와 휘발유차를 구분하지 않고 2006년 이후 생산돼 주행거리 1km당 미세먼지 배출량이 0.025g 이하인 ‘유로4’ 기준을 충족한 차량에만 초록색 스티커를 붙여준다. 이 스티커가 없으면 도심으로 진입할 수 없다. 독일은 앞으로 통행 허용 기준을 ‘유로5’로 올려 더 엄격히 관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스웨덴은 스톡홀름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미세먼지 배출량이 적은 차량에만 ‘면제 허가증’을 붙여주고 있고, 일본도 2003년부터 사이타마(埼玉) 현 등에서 대형 경유차의 운행을 제한하고 있다.

경유차의 신규 등록을 억제하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영국은 2018년부터 런던 시내의 명물 택시 ‘블랙캡’에 경유차의 신규 등록을 불허할 계획이다. 홍콩은 이미 2001년부터 경유택시의 신규 등록을 금지했고 액화석유가스(LPG) 택시로 옮겨가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런 정책에 힘입어 유럽에서는 경유차의 신규 등록 비중이 2012년부터 줄고 있다. 유럽자동차제작자협회(ACEA)에 따르면 영국 독일 스웨덴 등 15개국에서 신규 등록 승용차 중 경유차의 비중은 2011년 56.1%로 정점을 찍었다가 점점 줄어 지난해 52.1%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2018년경에는 신규 등록 경유차가 절반 이하로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서울 경기 등 일부 지역에서 2000년대 말부터 매연 배출량이 높은 차량의 운행을 제한하는 조례가 제정된 바 있지만 단속 실적은 거의 없다. 단속 카메라의 영상과 차량의 배출량 데이터베이스를 연계하는 시스템조차 구축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안문수 한국자동차환경협회장은 “이산화질소 농도는 2000년대 초 정부가 내놨던 감소 목표치의 10%도 이루지 못하고 있다”며 “소형 경유차 생산을 아예 금지하는 ‘극약 처방’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만의 공해 특성을 파악하는 게 급선무라는 지적도 나온다. 미세먼지 등으로 발생하는 스모그는 도시별로 초미세먼지(PM2.5)와 미세먼지(PM10)의 입자 농도 차, 성분 특성 등도 다르기 때문에 대기질의 문제와 원인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는 것. 신동천 연세대 의대 교수(예방의학과)는 “중국발 미세먼지를 탓하기 전에 경유차량 규제 등을 통해 우리 내부의 미세먼지 발생 원인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건희 becom@donga.com·이정은 기자
#서울시#미세먼지#경유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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