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비리근절 위해 내년부터 실시… 전관폐해 예방-브로커 차단법 가르쳐
전화변론 막을 고강도 대책도 추진
앞으로 퇴직 후 법무법인(로펌)에 취업하거나 개업하려는 판사들은 법복을 벗기 1년 전부터 변호사 직업적응과 윤리강화 교육을 받아야 한다.
‘정운호 게이트’ 사건을 계기로 법조비리 근절책을 고심 중인 대법원이 이 같은 내용의 ‘퇴직자 프로그램’(가칭)을 이르면 내년부터 시행할 방침인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전화 변론이나 부당 수임 등 법조비리 유혹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예비 전관’들에게 변호사업계의 실상을 알려주고 적응 노하우를 전수해 퇴직 후 닥칠 법조브로커의 마수와 한탕주의를 예방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대법원이 퇴직 예정자들에게 변호사 직업적응 교육을 실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법원은 1990년대 후반 의정부·대전 법조비리 사건과 2006년 법조브로커 김홍수 사건 등 법조 비리가 나오면 관련자 징계를 강화하는 대응책을 내놨다. 하지만 전관예우 등 법조비리 의혹이 끊이지 않자 사후 징계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적극적인 사전예방 조치로 방향을 튼 것이다.
지금까지 판사들은 퇴직 전 별도의 직업 연수 없이 곧장 로펌에 취업하거나 개업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판사라는 직업 특성상 현직 신분으로는 변호사와의 교류가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변호사업계에 대해 잘 모른 채 시장에 나가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사정을 잘 아는 법조브로커들이 큰돈을 벌게 해주겠다며 접근해오면 초짜 변호사가 유혹을 물리치기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원은 변호사업계의 실상을 체험한 선배들을 강사로 불러 교육할 예정이다.
대법원은 퇴직자들을 윤리로 무장시키며 부도덕한 전관 발생을 막는 한편으로 현직 판사들의 재판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아이디어도 전국의 판사들로부터 수렴하고 있다. 우선 법원별 전화변론 실태와 이에 대한 대응은 어떻게 해왔는지, 개선책은 뭐가 좋은지 법원장과 판사들에게 의견을 청했다.
그동안 정식 선임계를 낸 변호사의 경우 판사실로 전화를 걸어 재판 절차에 관해 논의하는 것은 허용돼 왔지만 사건 실체에 관한 의견이나 선처 요구 등은 허용되지 않았다. 선임계를 내지 않은 변호사의 전화는 즉시 끊거나 주의를 주는 등 법관별로 다르게 대처해왔다.
이와 관련해 다른 관공서나 금융기관들처럼 판사실로 걸려온 변호사의 전화 통화 내용을 모두 녹음하거나 사건 청탁을 신고하는 ‘법조윤리 신고센터’(가칭)를 설치해 운영하자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법정 밖에서 판사와 변호사 간 전화 접촉을 아예 금지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대법원은 이달 말까지 일선 판사들의 의견을 청취한 뒤 강제할 수위나 위반 시 징계 등 구체적 대응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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