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여 년 전 새로운 역사를 만들기 위한 움직임이 바다에서 시작됐다. 서양에서는 이탈리아 탐험가 콜럼버스, 스페인 항해가 마젤란, 포르투갈의 엔히크 왕자가 대표적 인물이다. 동양에서는 중국의 ‘정화(鄭和)’라는 인물을 빼놓을 수 없다. 당시를 일컬어 ‘대항해시대’라 부른다. 이후 바다로의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손재학 국립해양박물관장(55)의 바다를 향한 열정도 만만치 않다. 제21회 바다의 날을 기념해 31일부터 8월 28일까지 부산 영도구 국립해양박물관에서 열리는 ‘대항해시대-바람에 실은 바람’을 준비하고 있는 그는 “당시를 재조명해보고 젊은이에게 도전정신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기획전을 마련했다”고 했다. 전시 주제는 ‘바람’이다. 그는 “과거 배들이 움직이기 위해 바람이 필요했듯 미래의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도록 희망을 주제에 담았다”고 했다.
전시는 동양과 서양, 미래의 바람으로 나눠 진행된다. 동양은 중국 명나라의 정화 선단을 중심으로 꾸며진다. 정화는 1407∼1433년 7차에 걸쳐 페르시아 만에서 호르무즈 해협, 아프리카까지 항해했다. 콜럼버스는 신대륙을 발견할 당시 배 3척을 가지고 갔지만 정화 선단은 2000t 이상 대형 선박 60척을 포함해 300척이 넘었다. 대항해 시대를 동양에서 먼저 열었고 규모도 서양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는 것을 보여준다. 서양 코너에서는 아시아의 향신료를 얻기 위한 유럽인의 신항로 개척 이야기를 다룬다. 미래 코너에서는 극지와 심해탐험 등 새로운 바닷길의 개척과 메시지를 전달한다. 정화 함대 모형과 15세기 범선 모형, 실물 청화백자, 17세기 항해 도구 등 실물 35점과 모형 14점, 영상 6건을 선보인다.
손 관장은 “전시 첫날인 31일은 ‘바다의 날’로 바다 생일”이라며 “박물관에서는 이날 과제를 풀어보는 ‘미션 해양 런닝맨’을 비롯한 다양한 행사를 연다”고 소개했다.
지난해 4월 국립해양박물관이 특수 법인으로 출범하면서 초대 관장을 맡은 손 관장은 박물관의 도약을 위해 변신을 시도한다.
그는 “2012년 개관 이후 누적 관람객이 연평균 100만 명 선으로 465만 명에 달한다”며 “올해는 110만 명을 유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우선 외국인 유인책을 시행한다. 근처 국제크루즈터미널의 이동 동선을 박물관으로 연결하고, 녹도 공원(아미르 공원)에 ‘선원의 거리’ 조성사업을 추진한다. 바다와 접한 워터프런트에는 유람선 접안시설을 설치할 계획이다.
문화 교육사업에도 힘을 쏟는다. 2102년 개관 당시 4종 15개이던 교육프로그램을 올해 10종 20개로 늘렸다. 장애인 아동과 지역아동센터 어린이, 바다를 접하기 어려운 청소년을 위해 체험 위주의 찾아가는 박물관도 운영한다. 남극 세종과학기지 연구원과의 화상 통화, 야외 바닥을 분필로 물들이는 박물관 물들이기는 인기 프로그램이다. 로봇물고기 등 전시 콘텐츠도 새롭게 했다.
세계해양박물관협회와 유대를 강화하고 해양수산 분야 전시관과 네트워크도 구축했다. 영도 동삼혁신지구에 있는 12개 기관과 해양클러스터를 구축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왜구가 설치던 조선시대에는 공도(空島)정치로 바다를 닫았습니다. 바다를 경시하는 경향도 있었지요. 이러다 보니 바다를 통한 문화와 경제가 꽃을 피우지 못했고 해양 강국의 면모도 갖추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이제 바다에 우리의 미래가 달려 있습니다.”
1986년 부산수산대(현 부경대)를 졸업하고 제21회 기술고시에 합격한 그는 해양수산부의 요직을 두루 거쳐 2012년에는 해양수산부 차관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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