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부산시민을 만났다. 비즈니스차 호텔을 자주 이용한다는 그는 “부산 롯데호텔이 해외 특급 호텔처럼 품격을 갖췄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 고객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을 위한 휴식 및 공익적인 공간을 만들어 부산을 대표하는 호텔이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부산의 번화가인 서면에 위치한 이 호텔은 관광도시 부산에서 손꼽히는 특급 호텔 가운데 하나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는 “롯데호텔 1층에 공사가 한창이다. 바로 옆에 백화점도 있는데 굳이 호텔에서 물건을 팔기 위해 판매시설을 설치하는 것을 보니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부산진구에 위치한 롯데호텔 부산점을 찾았다. 1층 출입문을 새로 설치하기 위한 공사로 어수선했다. 시민의 말처럼 매장 변경 사실이 고지돼 있었다. 롯데 측은 “조만간 리노베이션 공사를 시작해 내년 하반기까지 호텔 1층에 있는 식당을 다른 곳으로 옮기고 의류 판매장을 설치할 예정”이라며 “매장 수나 입점할 물품 등은 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영리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사기업의 내부 방침에 일반 시민이 의견을 내놓는 일은 흔치 않다. 호텔 1층에 의류 매장 등이 들어서는 게 그렇게 생소한 일도 아니다.
하지만 이 시민의 지적에는 부산 시민이 생각하는 ‘롯데’라는 기업 이미지가 일정 부분 녹아있는 듯했다. 부산엔 롯데백화점이 무려 4개나 있다. 2개 이상의 백화점을 가진 회사가 없을 만큼 독보적이다. 9개의 마트뿐 아니라 아웃렛까지 있다. 유통 공룡 롯데의 위상은 부산에서 최고 정점에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래서 부산 시민들은 수년 전부터 롯데백화점과 마트의 현지 법인화를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부산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좋은 롯데 만들기 부산운동본부’가 결성돼 지금까지 27차례 롯데 현지 법인화 목요 캠페인을 벌였다.
또 롯데가 지역에서 돈만 벌어 가고 지역 공헌도는 낮다고 인식하고 있다. 부산발전시민재단 등이 지난해 롯데의 지역 공헌도를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12.9%만 ‘공헌한다’고 했고, 51.5%는 ‘안 한다’고 답했다.
롯데 측은 “부산에서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사회공헌 사업도 꾸준히 펴고 있다”고 하지만 부산 시민들은 롯데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해 줄 것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롯데는 이 시민의 지적을 트집 정도로 여길지 모른다. 그러나 이 속에는 롯데에 대한 불만과 기대감이 함축돼 있다. 기업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사소한 것에서부터 지역민과 정서적 유대감을 높여야 한다. 시민과 공감하지 못하는 기업은 도태된다는 평범한 진리를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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