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 인력의 과학기술 분야 유치가 점점 더 어려워짐을 실감하고 있는 지방 과학기술원의 연구자로서 국방부의 전문연구요원제도 폐지 논란에 대해 깊은 절망감을 느낀다. 과학기술을 짊어질 학생들이 “전문연구요원 폐지는 오히려 국방력 손실”이라고 기자회견을 하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과학기술계가 처한 연구 환경에 대한 이해와 소통의 부족이 안타깝다. 현장에서 직접 경험하고 느낀 바를 재차 호소하고자 한다.
첫째, 기초 군사훈련을 받고 출연연구소 및 대학에서 3년간 과학기술 연구에 종사하는 전문연구요원들은 ‘병역특례’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들은 과학기술력이 곧 국방력으로 이어지는 시대에 살면서, 연구를 통해 국방의 의무를 적극 수행하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국방 관련 첨단기술은 아무리 혈맹이라고 하더라도 절대 나누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국방과 관련된 과학기술 분야는 경쟁국이 인재 유출을 절대 허락하지 않는다.
둘째, 각국은 과학기술 분야의 우수한 인재를 유치하고자 총성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선진국의 재정 지원은 국내보다 우수하다. 이에 국내 이공계 대학 및 연구소들은 전문연구요원제도라는 유인책을 통해 우수 인력의 해외 유출에 대응해왔다. 한 사람의 육체적인 능력이 두세 사람을 대신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지만 특출한 연구자의 개발 능력은 그렇지 않은 사람 수천 명의 노력으로도 대체되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결과적으로 이 제도가 폐지될 경우 최상위권의 연구 인력은 더 나은 조건을 제공하는 해외로 유출될 것이며 이로 인한 연구 현장의 공동화와 혁신의 부재는 불을 보듯 자명하다.
셋째, ‘인구절벽’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은 연구기관도 마찬가지다. 이공계의 최상위권이 의대를 지원하는 현실과 맞물려 실제 연구개발을 수행할 인력을 수급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은 누구나 공감하는 바이다.
병역 자원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국방부가 느끼는 어려움과 난처함은 수긍하나, 그에 대한 해결책이 국가 과학기술 발전의 씨앗인 전문연구요원의 경력을 끊고 국내 대학의 연구 현장을 황폐화하는 미봉책이어서는 안 될 것이다. 국토방위의 개념과 방법이 급속히 변화하는 현실에서 소규모 추가 전투병의 확보가 국가의 안전에 더 기여한다는 논리에는 누구도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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