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대화를 나누던 중 50대 남성이 눈물을 흘리며 무릎을 꿇으려고 했다. 이 남성은 ‘정말 죽을죄를 졌다’며 사죄하려했다. 그 순간 옆에 서 있던 2명이 ‘이러시면 안 됩니다’라며 서둘러 말렸다.
무릎사죄를 하려했던 남성(57)은 나흘 전 인근 아파트에서 투신자살한 유모 씨(25·대학생)의 아버지였다. 무릎사죄를 뜯어말렸던 2명은 유 씨와 충돌해 숨진 전남 곡성군 공무원 고 양대진 씨(39)의 작은 아버지(61) 등 유족 2명이었다. 유족들은 무릎사죄를 하려던 유 씨의 아버지 손을 잡고 ‘슬픔을 이겨내자’는 말을 건넸다. 유족들이 용서의 말을 건네는 순간 유 씨의 형(28)은 10여 차례 이상 고개를 숙이며 사죄했다.
경찰서 담장 옆에서 10분간 이어진 불편한 대화는 한숨과 눈물로 끝났다. 용서를 선택한 유족들은 유 씨 가족들의 빈곤한 형편을 고려해 보상을 받지 않기로 했다. 유족들은 유 씨 가족이 43m² 크기의 영구임대아파트에 살면서 경제적 능력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또 유 씨 아버지가 늙은 노모를 봉양하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양 씨의 작은 아버지는 “이번 사고는 불가항력적으로 일어난 안타까운 일”이라며 “두 가족 모두 슬픔을 이겨나갈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말했다. 또 “고인의 만삭 아내(36)도 처음에는 용서하지 않았지만 장례식이 끝난 이후 용서하겠다는 말을 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날 오전 치러진 양 씨의 장례식은 눈물바다였다. 만삭의 양 씨 부인은 장례식장을 떠나는 운구차를 어루만지며 “오빠 가지 마, 가지 말아요”라고 울부짖었다. 영문을 모르는 아들(6)은 “이제 우리 어디가요”라며 생긋 웃는 얼굴로 가족의 품에 안겨 운구행렬을 뒤따라 이를 지켜본 이들의 가슴을 더 아프게 했다. 양 씨는 이날 광주 북구 영락공원에서 한줌의 재로 돌아가 영면했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