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서울 노원구 수락산 등산로에서 60대 여성을 살해한 피의자 김학봉 씨(61)는 3일 현장 검증을 위해 경찰서를 나서면서 유족들에게 미안함을 표시했다. 하지만 이날 얼굴과 이름이 공개된 김 씨는 취재진의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한 채 시종일관 무덤덤한 표정이었다. 반성의 기미는 찾아볼 수 없었다.
서울 노원경찰서는 이날 오전 8시 30분부터 오전 10시 50분까지 수락산 등산로 일대에서 김 씨에 대한 현장 검증을 진행했다. 경찰 관계자는 “진술대로 담담하게 범행 상황을 재연했다”고 전했다. 김 씨는 지난달 28일 오후 8시 50분경 수락산에 올라가 밤을 샌 뒤 다음날인 29일 오전 5시 20분경 혼자 산에 올라온 피해 여성 A 씨(64)를 칼로 찔러 살해했다. 범행 당시를 재연하는 모습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김 씨를 본 유족과 시민들은 분노를 터트렸다. 등산로 입구에서 약 1km 가량 떨어진 범행 현장에 미리 올라가 있던 피해자 남편은 “아내가 무슨 죄를 지었느냐. 사형시켜야 한다”고 오열했다. 김 씨는 태연히 그 장면을 응시했다.
경찰은 2일 범죄행동분석관(프로파일러)의 면담 결과 김 씨로부터 강도 살인 혐의를 시인하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고 이날 밝혔다.
김 씨는 경찰 조사에서 “산에서 처음 만난 사람을 죽이려 했다”고 말해 이번 사건 역시 ‘강남 화장실 살인사건’처럼 ‘묻지 마 범죄’가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하지만 경찰이 피해 여성의 배에 난 자상(베인 상처)에 비해 목에 난 자상이 유독 깊은 이유를 집중적으로 추궁하자 김 씨는 “배를 찌르고 돈을 내놓으라고 위협하자 피해자가 소리를 지르며 반항해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또 범행 7일 전에 흉기를 미리 산 이유에 대해서도 “강도를 하기 위해서였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8일 김 씨를 강도 살인 혐의로 송치할 예정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