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락산 살인사건’ 피의자 김학봉 현장검증…살해 이유 물어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3일 17시 26분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겨우 들릴만한 목소리였다.

지난달 29일 서울 노원구 수락산 등산로에서 60대 여성을 살해한 피의자 김학봉 씨(61)는 3일 현장 검증을 위해 경찰서를 나서면서 유족들에게 미안함을 표시했다. 하지만 이날 얼굴과 이름이 공개된 김 씨는 취재진의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한 채 시종일관 무덤덤한 표정이었다. 반성의 기미는 찾아볼 수 없었다.

서울 노원경찰서는 이날 오전 8시 30분부터 오전 10시 50분까지 수락산 등산로 일대에서 김 씨에 대한 현장 검증을 진행했다. 경찰 관계자는 “진술대로 담담하게 범행 상황을 재연했다”고 전했다. 김 씨는 지난달 28일 오후 8시 50분경 수락산에 올라가 밤을 샌 뒤 다음날인 29일 오전 5시 20분경 혼자 산에 올라온 피해 여성 A 씨(64)를 칼로 찔러 살해했다. 범행 당시를 재연하는 모습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김 씨를 본 유족과 시민들은 분노를 터트렸다. 등산로 입구에서 약 1km 가량 떨어진 범행 현장에 미리 올라가 있던 피해자 남편은 “아내가 무슨 죄를 지었느냐. 사형시켜야 한다”고 오열했다. 김 씨는 태연히 그 장면을 응시했다.

경찰은 2일 범죄행동분석관(프로파일러)의 면담 결과 김 씨로부터 강도 살인 혐의를 시인하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고 이날 밝혔다.

김 씨는 경찰 조사에서 “산에서 처음 만난 사람을 죽이려 했다”고 말해 이번 사건 역시 ‘강남 화장실 살인사건’처럼 ‘묻지 마 범죄’가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하지만 경찰이 피해 여성의 배에 난 자상(베인 상처)에 비해 목에 난 자상이 유독 깊은 이유를 집중적으로 추궁하자 김 씨는 “배를 찌르고 돈을 내놓으라고 위협하자 피해자가 소리를 지르며 반항해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또 범행 7일 전에 흉기를 미리 산 이유에 대해서도 “강도를 하기 위해서였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8일 김 씨를 강도 살인 혐의로 송치할 예정이다.

김호경기자 whalefisher@donga.com
이호재기자 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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