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정부가 오래된 경유차의 2019년까지 조기 폐차와 경유 버스의 압축천연가스(CNG) 버스 2020년까지 대체를 골자로 한 ‘범정부 미세먼지 대책’을 확정 발표했다. 30년 넘은 석탄화력발전소 10기는 폐쇄하거나 액화천연가스(LNG) 또는 바이오연료를 쓰기로 했다. 그러나 ‘전력 수급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라는 단서가 달려 있어 실제 폐쇄 여부는 미지수다. 최대 현안이던 경유값 또는 환경부담금 인상도 서민 부담을 이유로 검토 대상으로 넘겼다. 지난달 10일 박근혜 대통령이 ‘특단의 대책’을 주문한 뒤 요란하게 발표된 범정부 대책이지만 정작 문제 해결은 다음 정권으로 떠넘긴 형국이다.
미세먼지는 세계보건기구(WHO)가 2013년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한 생명 위협 물질이다. 특히 경유차의 배기가스에서 나오는 미세먼지는 암과 폐질환을 유발하는 ‘위해성 기여도’가 84%나 돼 국민은 스마트폰으로 매일 농도를 확인할 만큼 예민해져 있다. ‘클린 디젤’을 홍보해 경유차 수요를 폭발적으로 키운 그동안의 정책에 대해 윤성규 환경부 장관은 어제 “중대한 시행착오가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유감이라고 말했다. 2008년부터 경유차 도심 통행을 제한한 영국 런던 같은 특단의 조치도 없이 어떻게 10년 안에 유럽의 수준으로 미세먼지 농도를 개선하겠다는 건지 믿음이 가지 않는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 소요되는 예산 규모조차 내놓지 못했다. 경유 버스와 식당 등 일상생활과 밀접한 규제가 포함됐지만 적용 시기 등 구체성이 빠져 국민은 더 답답하다. 건설현장에서 다량 발생하는 비산먼지에 대한 대책은 ‘대형 건설사와 자발적 협약’ 정도다. 이산화탄소와 미세먼지를 배출하지 않는 원자력발전 같은 종합적인 에너지 수급 정책은 대책에서 아예 빠져 있다. 선진국에서 대기오염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해 나가기로 한 흐름과 거꾸로다.
결국 이번에 나온 대책은 환경에 대한 국민 불만이 폭발 직전에 다다르자 박근혜 대통령이 해외 순방에서 돌아오기 전에 급조해 발표한 흔적이 역력하다. 그러면서도 “한국은 미세먼지를 관리하기 불리한 여건이어서 공기 질을 단기간에 선진국 수준으로 개선하기는 어렵다”는 면죄부까지 스스로 발부했으니 정부에 대한 불신이 커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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