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가 교인이 낸 헌금을 개인 용도로 썼더라도 교회 정관과 교회 헌법에 이를 금지하는 규정이 없고 교회의 자체 승인을 거쳤다면 처벌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남부지법 형사9단독 석준협 판사는 업무상 횡령 혐의로 기소된 서울 구로구의 한 교회 소속 목사 석모 씨(62)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6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석 씨는 2006년 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10년 동안 총 285회에 걸쳐 교회 헌금 9500여만 원을 건강보험료, 아파트 관리비, 재산세, 자동차세, 개인 보험료 등의 명목으로 사용했다. 2014년 이 교회에서 제명된 장로가 이 문제로 그를 고소했고, 검찰은 석 씨의 행위를 업무상 횡령이라고 보고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재판부는 교회 정관에 헌금 용도를 제한하는 규정이 없고, 교회 헌법에 어긋나지 않아 죄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교회가 속한 교단에 따르면 목사 사택 관리비, 재산세 등의 지원 여부는 개별 교회가 결정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교회가 목사에게 보험료, 재산세 등을 지원하고 있어 교회 헌법 위반이 아니라는 것이다.
석 판사는 “헌금 등이 개인 보험료, 재산세 등에 사용된 점만으로 이를 횡령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며 “그 지출이 승인 없이 교인들의 의사에 반해 이뤄진 점이 증명돼야 횡령이 인정될 수 있다”고 밝혔다. 검찰이 항소해 현재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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