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여성만 노린 ‘서울지검 황검사’ 中보이스피싱, 54명에 10억 뜯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7일 03시 00분


검사를 사칭해 법과 수사 절차에 미숙한 젊은 여성들을 상대로 수억 원을 뜯어낸 중국 보이스피싱 사기단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2014년 8월부터 올해 4월까지 수사·금융기관을 사칭하며 20, 30대 여성 54명에게서 약 9억8000만 원을 가로챈 보이스피싱 사기단 53명을 검거해 총책 조모 씨(44) 등 33명을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고 6일 밝혔다.

공동 총책 박모 씨(35)는 기존에 운영하던 보이스피싱 사기단이 경찰 수사로 와해되자 조 씨 등 지인을 끌어들여 중국 옌지 등지에 새로운 보이스피싱 사기단을 차렸다. 검찰 사칭 5팀, 대포통장 모집 2팀, 국내 인출 1팀 등으로 조직을 꾸리고 중국동포 브로커를 고용해 중국 공안 당국으로부터 사기단을 숨기는 역할을 맡겼다.

이들은 법과 수사 절차를 잘 모르는 20, 30대 여성들만을 범행 대상으로 노렸다. 피해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서울중앙지검 황 검사다. 통장이 명의 도용 사건에 쓰였으니 처벌받고 싶지 않으면 알려주는 계좌로 돈을 입금하라”며 1인당 최대 3600여만 원을 가로챘다.

사기단은 실제 수사기관에서 사건을 수사한다는 믿음을 주기 위해 검찰청 사이트와 유사한 가짜 검찰청 사이트를 만드는 치밀함도 보였다. 인터넷을 주로 이용하는 젊은 여성들의 성향을 이용한 것이다. 금융기관을 사칭해 범행에 쓸 대포통장을 모으기도 했다. 대출 신청자들에게 “입·출금 거래 명세를 만들어 신용도를 높이는 방법으로 대출해 주겠다”고 속여 98명에게 통장·체크카드·비밀번호 등을 받아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의 돈을 받는 데 사용했다.

조직적인 범행에 피해자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피해자들은 “보이스피싱이라고 하면 옌볜 말투를 쓸 줄로만 알았는데 유창하게 한국어를 하니 속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인터폴에 공조 수사를 요청해 박 씨 등 도피 중인 조직원 검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 중국뿐 아니라 동남아시아 일대에서 활동하는 보이스피싱 콜센터에 대한 단속을 강화할 예정이다.

이호재 기자 ho@donga.com
#검사사칭#보이스피싱#사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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