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박원순 기자회견 “시민안전 위협 ‘특권·관행’ 뿌리 뽑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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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년 6월 7일 14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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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원순/동아DB
사진=박원순/동아DB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승강장 안전문(스크린도어) 사고와 관련해 “시민안전을 위협하는 ‘특권’과 ‘관행’을 반드시 뿌리 뽑겠다”고 밝혔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7일 오전 10시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140만원 월급 중 100만원을 저축하며 기관사의 꿈을 꾸던 청년의 꿈을 지켜주지 못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박 시장은 ▲책임질 사람은 책임지게 하고 ▲불공정 관행이 만연된 ‘하청’구조에 시민안전을 맡기지 않으며 ▲전관채용 이른바 메피아를 확실히 뿌리 뽑고 ▲지하철 안전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혁신해 ▲우리사회에 만연된 ‘다 그래’라고 하는 ‘다그래병’을 시민과 함께 고쳐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안전관련 업무 외주에 대해 “시민의 생명·안전과 직결된 업무, 위험한 업무의 외주화에 대해서는 직영하는 방안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며 “우선적으로 이번에 문제가 된 은성피에스디(PSD)에 대해서는 당초 자회사로 전환하려던 계획을 중단하고 직영전환을 포함, 원점에서 검토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또 “메트로 24개역 스크린도어를 민간투자 방식으로 관리하고 있는 유진메트로컴에 대해서도 단기적으로는 협약변경 및 업무체계 개선을 통해 안전관리를 강화하겠다”며 “장기적으로는 재구조화를 통한 직영 방안도 적극 협의하겠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똑같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은성 PSD에 취직한 김군의 친구만은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피해자 김 군(19)의 어머니의 말을 인용하며 “고인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고 ‘안전은 1%를 놓치면 100%를 잃는다’는 마음으로 행동하겠다”고 밝혔다.

▼이하 박원순 서울시장 기자회견문 전문▼

시민안전을 위협하는 ‘특권’과 ‘관행’을 반드시 뿌리 뽑겠습니다.

<1>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고, 미안합니다.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140만원 월급 중 100만원을 저축하며 기관사의 꿈을 꾸던 청년의 꿈을 지켜주지 못했습니다. 미안하고, 또 미안합니다.

시민의 꿈을 지키고, 이뤄가는 시장이 되겠다는 제 초심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고인과 유가족, 시민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죄드립니다.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의 슬픔에 깊은 위로를 보냅니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지 못한 사고였기에 더 황망했습니다.

지난해 강남역 사고 후 2인 1조 매뉴얼을 만들고, 자회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2인 1조 근무 매뉴얼은 시간제한과 그에 따른 패널티 부과, 노동인력의 부족함이라는 현장의 문제를 도외시한 ‘탁상공론’이었습니다. 결국 책상머리 대책은 열아홉 청년이 홀로 위험을 감내하게 했습니다. 미처 현장을 살피지 못했습니다. 제 불찰과 책임이 큽니다.

이번 사고로 드러난 현실은 위험이 누구에게나 같은 무게가 아니었습니다. 위험조차도 사회적 조건에 따라 불평등하고, 불공정 했습니다.

안전은 누구나 누려야 할 권리입니다.

안전은 누구에게나 평등해야 합니다.

7월이면 민선 6기 3년차를 맞습니다. 이번 사고는 서울시가 맞서 싸워야 할 ‘특권’과 ‘관행’이 어디이고, 누구인지를 분명히 해줬습니다.

비단 메트로의 문제만이 아닙니다. 서울시의 여러 산하기관들 그리고 서울시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시민안전’을 중심에 두고 중요성, 시급성을 따져서 비상한 각오로 혁신하겠습니다.

<2> ‘특권’과 ‘관행’을 반드시 바로잡겠습니다.

이번 사건에 대해 서울시는 다음과 같이 조치하고 해결하겠습니다.

첫째, 책임질 사람은 책임지게 하겠습니다.

서울시 교통본부장 경질, 메트로 본부장, 감사등 관련자들의 사표를 수리했습니다. 시작일 뿐입니다. 앞으로도 책임이 드러나는 사람에 대해서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묻겠습니다.

서울시 감사위원회에 철저한 감사를 이미 지시했고 현재 감사중입니다. 그러나, 이것으로는 부족합니다.

시민과 전문가가 폭넓게 참여하는 민관합동 진상규명위원회를 구성하여, 시민적 관점에서 사고경위 및 원인을 철저히 밝히겠습니다.

진상규명위원회의 활동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시민과 함께 대안을 만들어가겠습니다. 위원회 위원장은 김지형 전 대법관이 맡아주시기로 했고, 시민대표 5명, 노동·청년·지하철·안전 등 각계 전문가 5명, 독립합의제 기관인 서울시 감사위원회 감사위원, 서울시의회 의원 등을 포함, 총 15명 내외로 구성하여 금주부터 활동을 시작하겠습니다.

7월까지 진상 규명을 완료하고, 그 결과를 시민여러분께 공개하고, 공유드리겠습니다.

둘째, 불공정 관행이 만연된 ‘하청’구조에 시민안전을 맡기지 않겠습니다.

외주화 속 원청-하청 간의 갑을관계로 인한 무리한 작업지시, 열악한 하청업체의 노동조건에서 오는 무리한 노동 강도, 장시간 노동에 내몰리면서도 부족한 임금, 다단계 관리감독으로 인한 관리자의 책임의식 부재, 이 모든 것 안에, 일하는 사람의 안전과 생명은 고려되지 않았습니다.

이번 사고에서도 이런 악순환 구조가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

‘위험의 외주화’로 인한 피해는 하청업체의 노동자들만이 아니라 공공재를 이용하는 모든 시민들에게도 돌아갑니다.

시민의 생명·안전과 직결된 업무, 위험한 업무의 외주화에 대해서는 직영하는 방안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겠습니다.

우선적으로 이번에 문제가 된 ㈜은성 PSD에 대해서는, 당초 자회사로 전환하려던 계획을 중단하고 직영전환을 포함, 원점에서 검토하여 결정하겠습니다.

아울러, PSD의 안전한 관리와 함께 근무자들의 작업조건과 보상체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겠습니다.

또한 메트로 24개역 스크린도어를 민간투자 방식으로 관리하고 있는 유진메트로컴에 대해서도 단기적으로는 협약변경 및 업무체계 개선을 통해 안전관리를 강화하고, 장기적으로는 재구조화를 통한 직영 방안도 적극 협의하겠습니다.

PSD 외에도 경정비 등 외주화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모든 안전 분야에 대해 전수조사를 실시하겠습니다. 양 지하철 공사의 전면적인 외주 현황과 실태를 조사하고, 직영·자회사 등 해당 업무별 특성에 가장 적합한 운영방식을 최단시일 내 마련하고 시행하겠습니다.

대중교통의 안전관리를 ‘비용절감’과 ‘경영효율’의 관점에서만 보지 않겠습니다. 시민의 생명과 안전까지 위협하는 비정상 상황을 방치하지 않겠습니다.

차제에 안전관리 인력의 처우개선을 통해 이직률을 낮추어 전문성을 키워가는 방안도 강구하겠습니다.

돈보다 사람을 중시하는 일자리로 바꿔가겠습니다.

셋째, 전관채용 이른바 메피아를 확실히 뿌리뽑겠습니다.

앞으로 체결되는 계약뿐만 아니라 기존 민간위탁 계약 중인 사업까지 포함하여 메트로 퇴직자 채용을 의무화하는 계약서상 특혜 조항을 모두 삭제함으로써, 원천적으로 메피아를 척결하겠습니다.

아울러 현재 관행처럼 굳어진 공사 퇴직자와 신규채용자 간의 불합리한 차등보수 체계는 전면수정토록 하겠습니다. 기술력과 경력 등에 근거한 객관적, 합리적 기준으로 보수체계를 재설계하여 모든 직원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도록 하겠습니다. 장기적으로 전 서울시 산하기관이 용역업체를 장악하고, 끼리끼리 일을 몰아주고 일자리나 이익을 챙기는 불공정 구조를 확실하게 바로잡겠습니다.

이런 노력이 일시적인 보여주기가 되지 않기 위해서 서울시 조례제정으로 명문화 함과 함께, 20대 국회에서 법률로 제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넷째, 지하철 안전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혁신하겠습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스크린도어에 대해서는, 전수조사를 통해 전 역사의 스크린도어 현황을 분석하고, 사고가 우려되는 모든 지하철역의 스크린도어를 전면 보수 또는 교체하겠습니다.

더불어, 지하철 전반의 안전시스템을 혁신하겠습니다. ATS(수동운전) 시스템을 ATO(자동운전) 시스템으로 조기 교체하고, 자동화된 열차운행시스템을 스크린도어 시스템과 연동시키겠습니다. 또한,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엘리베이터 등에 대한 안전 점검도 강화하겠습니다.

다섯째, 서울시장은 시장임과 동시에 최고안전책임자(CSO)입니다.

관행과 매뉴얼의 뒤로 숨지 않겠습니다. 구의역 사고에 대한 대책 마련과 실천을 위해 현장 속으로, 시민 속으로 직접 뛰어 들겠습니다. 책상머리가 아닌 발끝으로 만들어 가겠습니다.

안전사고 다발역, 이용시민이 많은 역, 민원이 발생하는 역을 직접 가볼 것입니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겠습니다.

지하철 뿐만 아니라 서울의 안전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크고 작은 모든 현장을 찾아가겠습니다. 공사장, 지하철, 수방시설 뿐만 아니라, 현장 수리 출동 등에도 동행하여 현장 근로자와 시민의 목소리를 듣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겠습니다.

여섯째, 우리사회에 만연된 ‘다 그래’라고 하는 ‘다그래병’을 시민과 함께 고쳐가겠습니다.

‘특권’과 ‘관행’은 불평등과 불공정을 고착화 시키고 있습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지하철 안전 문제를 넘어, 청년·비정규직·하도급 등 우리 사회에 만연된 안전불감증, 안전사각지대, 고용현장에서의 불평등을 찾아서 근본적으로 개선해 나가겠습니다.

이를 위해 안전, 노동과 관련된 다양한 사회문제를 함께 논의할 수 있는 시민 토론의 장도 마련하여 폭넓게 의견을 수렴하겠습니다.

대안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여, 시민과 함께 만들어 가겠습니다.

<3> 서울은 잊지 않겠습니다.

취임 후 크고 작은 사건 사고가 발생할 때 마다 서울하늘 아래 일은 모두 시장의 책임이다는 자세로 임했습니다.

매번 발생하는 인명사고 앞에서 시장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 느끼는 무력감으로 부끄러웠습니다. 이번 구의역 사고는 막을 수 있었다는 자책감으로 더 힘들었습니다.

열 아홉 청년의 죽음 앞에서 한없이 부끄러운 저는 성찰과 반성을 통해 실천을 다짐했습니다.

서울시 공무원 여러분, 메트로의 직원 여러분들께도 호소드립니다.

우리함께 ‘특권’과 ‘관행’을 끊어나갑시다.

서울시가 할 수 있는 일부터 철저하게, 과감하게 해나갑시다.

막을 수 있는 위험을 제로화 하기 위한 것에서부터 시작합시다.

물론 서울시 힘 만으로는 안됩니다.

시민여러분과 국회, 정부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도와주십시오.

시민안전에 이견이 있을 수 없습니다.

하루 이틀에, 그리고 한 두 달만에 끝날 일이 아니라는 것도 잘 압니다. 그러나, 결코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매번 좌절하지만 100% 안전한 서울에 대한 시민의 꿈을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김군의 어머니는 ‘똑같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은성 PSD에 취직한 김군의 친구만은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김군 어머니의 뜻 가슴에 새기겠습니다.

고인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겠습니다.

시간은 기억을 무디게 해도, 서울시는 잊지 않겠습니다.

‘안전은 1%를 놓치면 100%를 잃는다’는 마음으로 행동하겠습니다.

‘민생의 집’은 안전이란 토대에서 튼튼해 질수 있습니다.

다시 한 번 고인의 영면을 빕니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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