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생활 좀 했다”…집나간 남편 혼내주려다 되레 혼난 30대女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7일 21시 39분


“남편을 납치해서 내 앞에 데려와 주세요.”

올해 2월 부인 소모 씨(33·여)는 이혼을 요구하며 집을 나간 남편을 찾지 못하자 심부름센터를 찾았다. 소 씨는 남편과 결혼정보업체를 통해 만났지만 ‘성격차이’로 결혼 6개월 만에 별거하고 있는 상태였다. 소 씨는 심부름센터 직원들에게 남편을 신혼집에 가둔 뒤 협박하자며 대가로 2000만 원을 주겠다고 제안했다.

심부름센터 직원들은 재빠르게 움직였다. 곧장 남편의 차량에 위치추적기를 달아 미행을 시작했다. 이들은 남편을 납치해 신혼집에 감금하고 소 씨를 불렀다.

소 씨는 의기양양했다. 29cm 일식용 회칼을 들이밀며 “오늘은 이 정도에서 그치지만 다음에는 어떨지 알겠느냐”며 남편에게 위협을 가했다. 빈틈을 타 도망가려다 걸린 남편은 심부름센터 직원들에게 폭행당해 전치 2주의 상해를 입기도 했다. 남편은 “이혼을 하지 않겠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임무를 완수한 심부름센터 직원들이 돌변했다. 심부름센터 실장 이모 씨(30)는 “내가 인천에서 조폭 생활 좀 했다”며 성공수당으로 약속했던 2000만 원이 아닌 2억 원을 내놓으라며 협박했다. 겁을 먹은 소 씨는 차용증을 쓰고 자신이 몰던 고급 외제승용차까지 빼앗겼다.

그사이 감금에서 풀려난 남편은 이들 일당을 경찰에 고소하며 반격에 나섰다. 하지만 소 씨는 다른 심부름센터 직원들을 고용해 남편을 다시 감금했다. ‘막장 드라마’는 남편이 몰래 경찰 신고에 성공하면서 가까스로 끝났다.

지난달 23일 서울북부지검은 남편의 납치·감금을 사주한 혐의(공동감금 위반 등)로 부인 소 씨와 심부름센터 직원 2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폭행에 가담한 이 씨 등 2명을 구속했다.

이호재 기자 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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