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둥지’ 뜻 살리면 좋을 서문시장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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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효·대구경북취재본부장
이권효·대구경북취재본부장
대구 서문시장에 3일 야시장이 개장하면서 시민과 관광객이 많이 찾고 있다. 400년 역사를 자랑하는 대구의 상징인 서문시장이 활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전통시장 야시장은 전국에 여러 곳 운영되고 있으므로 서문시장 야시장이 새로운 관광자원이 되려면 하나라도 새롭게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350m 구간에 걸쳐 만들어 전국 최대 규모라 해서 저절로 최고 수준이 되는 건 아니다.

이를 위해 서문시장의 뜻을 새롭게 이해하는 건 어떨까 싶다. 서문시장은 1601년 경상도 관찰사가 근무하는 경상감영이 대구에 설치되면서 번성했다. 서문시장이라는 이름은 감영이 있던 대구읍성의 서쪽 문을 가리키는 ‘서문(西門)’에서 생겼다.

그런데 지금은 대구읍성의 흔적도 찾기 어려우므로 ‘대구읍성의 서쪽 문 앞에 형성된 서문시장’이라는 뜻은 현실적으로 의미가 별로 없다.

‘서(西)’는 서쪽 방향을 나타내는 말로 대부분 쓰지만 본래 ‘둥지’나 ‘보금자리’를 나타내는 말이었다. 최초의 한자 사전(설문해자)에는 ‘西’를 ‘새가 둥지에 앉아 있는 모습(鳥在巢上·조재소상)’에서 만든 글자라고 설명한다. 해가 지는 방향과 새가 둥지로 돌아가는 방향이 같아 서쪽이라는 뜻이 생겼다.

서문시장의 이름을 바꿀 수는 없지만 수백 년 전 대구읍성 서쪽 시장 같은 뜻보다는 많은 사람이 편안하게 즐겨 찾는 둥지나 보금자리 같은 의미는 살릴 수 있다. 그렇게 하면 상인과 손님이 서로 쾌적한 시장이 되도록 가꾸는 마음을 내지 않을까. 둥지나 보금자리를 함부로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야시장의 ‘야(夜)’도 그냥 밤이라고만 생각하면 밋밋하다. ‘夜’에는 ‘편안하게 쉰다’는 뜻이 있어 ‘西’와 통한다. 대구시는 ‘서문시장=대구의 편안한 둥지’ 같은 의미를 활용해 서문시장 브랜드 이미지로 만드는 방안을 고민해 보면 좋겠다.
 
이권효·대구경북취재본부장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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