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하늘에서 바라본 제주시 조천읍 숲지대. 한때 소나무재선충병(이하 재선충병)이 심각해 마치 단풍이 든 것처럼 붉게 물들었던 소나무 숲이 이제 푸른빛으로 변했다. 붉고 누렇게 말라죽은 소나무들이 대부분 제거됐기 때문이다. 제주올레 9코스가 지나는 서귀포시 안덕면 월라봉도 제 색깔을 되찾았다. 빽빽했던 소나무 숲이 이가 빠진 듯 듬성듬성한 모습으로 변했지만 붉은빛이 번졌던 예전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 재선충 고사목 대부분 제거
본보는 이날 오전 제주도의 재선충병 3차 방제 마무리에 따른 항공 예찰에 동행했다. 산림청 헬기 카모프 KA32T(기장 김창섭)를 타고 서귀포시 남원읍 수망리 산불 진화 헬기 계류장에서 출발해 재선충병 확산이 심각했던 제주시 조천읍 구좌읍, 서귀포시 안덕면 대정읍 등을 둘러봤다. 이륙한 헬기가 처음 향한 곳은 지난해 10월 재선충병 확산이 심각했던 조천읍 지역. 하지만 이날 항공 예찰에서는 고사목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구좌읍 만장굴 일대도 소나무들이 대규모로 재선충병에 감염됐으나 지금은 깨끗하게 벌목한 후 식재된 활엽수가 빈자리를 메웠다. 서귀포시 대정농공단지 일대는 삼나무 몇 그루만 자리를 지킬 정도로 벌목 흉터가 고스란히 남았다. 기수를 한라산국립공원으로 돌렸다. 지난달 말 해발 670m 국립공원 지역에서 재선충병에 감염된 소나무 1그루가 발견되면서 국립공원 지역도 재선충병 확산이 우려됐다. 국립공원의 소나무를 지키기 위해 나무주사를 준 덕분인지 고사목은 보이지 않았다.
○ 다양한 방제 방법 동원
지난해 9월부터 올 5월 10일까지 이뤄진 방제에는 총 436억 원이 투입돼 고사목 48만4000그루가 제거됐다. 고사목만 제거했던 이전 방제와는 달리 이번 방제에서는 나무주사 4036ha, 항공 방제 2000ha, 방향성 물질로 매개충을 잡는 페로몬 방제 150ha 등도 함께 이뤄졌다. 재선충병이 50% 이상 발생한 지역에 대해서는 소나무 전량을 베어 낸 후 편백나무, 황칠나무, 느티나무 등을 심었다. ‘자연생태계의 허파’로 불리는 곶자왈(용암 암괴에 형성된 자연림)에는 자연의 힘으로 치유될 수 있도록 인위적으로 나무를 심지 않았다.
소나무 수분 이동을 막아 말라죽게 만드는 재선충은 길이 1mm 내외의 실 같은 선충으로 5월부터 9월 사이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를 이용해 다른 소나무로 이동한다. 10월경 재발생률이 직전 발생량의 50% 이하로 떨어지면 이번 방제가 성공적이라고 볼 수 있다. 제주 지역은 2012년부터 2년 동안 극심한 가뭄과 태풍 등으로 재선충병이 급속히 확산돼 지난해 6월까지 고사목 등 122만4000그루가 벌목됐다. 재선충병 확산 과정에서 임야를 다른 용도로 바꾸려는 행위가 기승을 부리기도 했다. 지난해 불법 형질 변경 77건, 무허가 벌채 9건 등 모두 90건의 불법 행위가 적발됐다.
김양보 제주도 환경보전국장은 “재선충병이 확산되면 현재 진행 중인 ‘제주 맞춤형 소나무 재선충병 연구 및 방제 전략 수립’ 연구 용역 결과를 기초로 새로운 방제 전략을 마련하겠다”며 “2020년에 재선충병 청정 지역으로 선포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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