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대학’으로 평가받은 서남대 의대와 한려대가 2018학년도에 문을 닫는다.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평가에 따른 첫 자진 폐과·폐교 조치로 부실 대학 퇴출의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의대 폐과는 전례가 없어서 서남대 의대 재학생 및 줄어드는 의대 정원을 어떻게 처리할지도 관심사다.
○ 두 학교 설립자는 1000억 원 횡령
교육부는 서남대의 옛 재단이 서남대를 정상화하기 위해 서남대 의대를 폐과하고, 한려대를 폐교하는 내용을 담은 자구계획을 제출했다고 7일 밝혔다. 전북 남원과 충남 아산에 캠퍼스를 둔 서남대와 전남 광양의 한려대는 이홍하 씨(77)가 설립했다. 이 씨는 2013년 교비 등 약 1000억 원대의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최근 대법원에서 징역 9년형이 확정됐다.
서남대와 한려대 모두 교육부의 여러 차례 평가에서 부실 대학으로 판정받았다. 서남대는 지난해 교육부의 1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최하위 등급인 E등급을 받아 정부 재정 지원과 장학금·학자금 대출 제한을 받고 있다. 한려대는 지난해 대학구조개혁평가 때는 산업대에서 일반대로 전환한 기간이 짧다는 이유로 평가가 유예됐지만 앞선 평가에서 재정 지원 제한 대학, 학자금 대출 제한 대학으로 선정되는 등 부실 대학 판정을 면치 못했다.
서남대 정상화 방안에는 일단 한려대 폐교로 생기는 자산 매각을 통해 330억 원의 서남대 횡령금을 보전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광주의 서남대병원(옛 녹십자병원) 등 유휴 교육용 기본재산을 매각해 460억 원을 마련해 서남대 교육 여건을 개선하는 데 쓰기로 했다. 서남대는 2018학년도부터 아산캠퍼스만 유지하고 남원캠퍼스는 일부만 평생교육원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한려대와 서남대 의대 모두 2017학년도 신입생은 모집한다. 입학 정원은 한려대가 370명, 서남대 의대는 49명이다. 2018학년도에 한려대와 서남대 의대가 문을 닫으면 재학생은 인근 대학으로 특별 편입학하게 된다. 해당 시도의 동일·유사학과로 편입학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해당 지역에서 편입학이 어려우면 인접 시도로 지역 범위가 확대될 수 있다. 교육부는 “서남대 의대 재학생은 전북과 전남 소재 의대로 편입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먼저 서남대가 인근 의대들과 협의하도록 하되, 필요하면 교육부가 협의에 참여해 호남권에서 편입이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부실 대학 퇴출 ‘신호탄’
교육부가 2015년부터 추진해 온 대학구조개혁평가 이전에도 몇몇 부실 대학이 퇴출됐다. 2000년에는 이홍하 씨가 세운 광주예술대가 자진 폐교했고, 경북 안동의 건동대와 대구의 경북외국어대도 재정적 어려움을 이유로 2013년과 2014년 각각 자진 폐교했다. 전남 순천의 명신대와 전남 강진의 성화대는 교육부가 중대한 부정·비리가 있고 정상적인 학사 운영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학교폐쇄 명령을 내려 2012년 폐교됐다.
이번 폐교를 시작으로 부실 대학 퇴출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은 대학구조개혁에서 D, E등급으로 판정된 부실 대학에 대해서는 컨설팅을 벌이고 이행 결과를 점검하고 있다. 대구외국어대 등 13개 대학이 E등급, 강원대 등 53개 대학이 D등급으로 평가됐다. 총 66개 대학 중 4년제 대학이 32곳이고 전문대가 34곳이다.
교육부는 해당 대학들이 컨설팅 결과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정원 감축 또는 평생교육시설로의 전환을 유도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부실 대학들의 자진 폐쇄가 추가로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서남대가 내놓은 정상화 방안은 부실 대학 폐교의 신호탄으로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하위 등급을 받은 대학에 큰 자극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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