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천장에 구멍 뚫어 한푼 두푼… “나보다 어려운 사람 돕고 싶다”
주민센터에 전화… 3600만원 전달
폐지 수집과 구두닦이 등으로 모은 전 재산을 기부하고 세상을 떠난 70대 노인의 사연이 뒤늦게 알려졌다.
서울 용산구는 쪽방촌에서 생활하던 기초생활수급자 고 강천일 씨(72·사진)가 올 4월 전 재산인 3600만 원을 기부하고 세상을 떠났다고 7일 밝혔다. 강 씨는 4월 20일 후암동 주민센터에 직접 전화를 걸어 기부 의사를 밝혔다. 그는 올 2월부터 두 차례에 걸쳐 암 수술을 받았지만 경과가 좋지 않은 상태였다. 소식을 들은 용산구청 조성삼 복지정책과장은 강 씨가 입원 중인 병원을 찾았다. 조 과장이 “재산을 가족과 나눠야 하지 않겠느냐”고 묻자 강 씨는 “가족 없이 혼자 40년을 살았고, 그나마 있는 가족도 연락을 끊고 살아 남보다 못하다”며 오히려 화를 냈다.
강 씨가 기부한 돈은 그가 폐지 수집, 빌딩 청소, 구두닦이 등으로 모은 전 재산이다. 그는 생전에 집 천장에 구멍을 뚫어 현금을 조금씩 모았다고 한다. 조 과장은 “어르신이 평생 힘들게 살아와서 누구보다 어려운 사람의 마음을 알기에 자신보다 어려운 사람을 돕고 싶다고 했다”며 “그 말을 듣고 눈시울이 뜨거워졌다”고 했다.
강 씨는 기부 의사를 밝힌 지 닷새 만인 4월 25일 세상을 떠났다. 그를 모실 가족이 없어 조 과장이 상주 역할을 하며 강 씨의 장례를 치렀다. 용산구는 강 씨가 기부한 돈을 현재 설립 준비 중인 용산복지재단의 기본 재산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9일 열릴 재단 출범식에서 용산구는 강 씨의 영정에 감사패를 전달하고 그의 선행을 구민들에게 소개할 예정이다. 성장현 용산구청장은 “고 강천일 어르신을 비롯한 많은 분의 정성을 모아 복지재단을 오래도록 운영되는 기관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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